X

엔비디아 훈풍에 웃은 반도체주…미·중 정상회담 힘받나

김응태 기자I 2023.11.16 06:00:00

삼전, 두달만에 7.2만원 안착…하이닉스 장중 신고가
엔비디아 신규 AI칩 출시 및 美 긴축 완화 전망 호재
美·中 정상회담서 대중국 수출통제 완화 시그널 주목
증권가 "일정 성과 나올 것" vs "대만 갈등 여전"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엔비디아의 새 인공지능(AI) 칩 공개로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미·중 정상회담을 발판 삼아 주가 상승이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에 대한 완화 시그널이 나올 경우 국내 반도체 업체에도 수혜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증권가에선 미·중 정상회담이 1년 만에 전격 성사된 만큼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과 대만 독립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하고 있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엔비디아·美 긴축완화 호재에…삼전·하이닉스 ‘방긋’

1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005930)는 전날 대비 1.98% 오른 7만2200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7만2000원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 9월15일 이래로 두 달 만이다.

SK하이닉스(000660)도 전날 대비 3.15% 상승한 13만41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13만42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날 반도체주는 간밤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를 필두로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인 영향에 동반 상승했다. 14일(미 동부시간 기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날 대비 3.62% 오른 3685.57로 집계됐다. 엔비디아는 2.13% 상승한 496.56달러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10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016년 이후 최장 상승 랠리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도 0.98% 상승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엔비디아가 최신 AI 칩을 공개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자 국내외 반도체주가 동반 상승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규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은 기존 H100의 후속 모델로 데이터 처리 속도가 2배가량 빠른 게 특징이다. 고도의 성능을 내기 위해 H200에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가 탑재됐다. 엔비디아가 신규 AI 칩을 내년 2분기 본격 출시하면서 HBM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혜가 기대된다.

기준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에 힘이 실리는 것도 긍정적인 재료로 작용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2% 상승해 예상치(3.3%)를 하회했다. 근원 CPI도 전년 대비 4% 상승해 시장 예상치(4.1%)를 밑돌았다. 이에 시장에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에 달했다는 판단이 나왔고 기술주인 반도체주에 호재로 인식됐다.

◇미·중 정상회담 개최…반도체주 전망은

시장의 시선은 이제 미·중 정상회담에 쏠렸다. 15일(현지시간)부터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린다. 미·중 정상회담이 1년 만에 개최되는 가운데, 대중국 수출통제 이슈가 안건에 오를지가 관건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대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첨단 반도체 장비와 AI 칩 등의 수출을 제한했다. 지난달에는 저사양 AI 칩까지 수출 제한 범위를 확대하고 노광, 식각, 증착 등 12개 범위의 장비 수출을 추가 통제하기로 했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지위를 부여받아 기존 반도체 장비의 수출 통제 제도 적용이 유예됐지만, 새로운 추가 통제 방안에는 해당돼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시 주석은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증권가에선 이 같은 국면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긍정적으로 전개될 경우 반도체주의 서프라이즈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년 만에 미·중 정상회담이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6년 만으로 미국은 군사 대화 재개를 최우선 과제로 언급하고 있고 중국은 수출통제 완화, 투자 확대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며 “양국의 모든 조건이 수용되기는 어렵지만 정상 간 만남이 결정된 만큼 일정 부분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대만 독립과 관련해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분위기를 크게 반전하는 성과를 도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군사 대화 창구의 일부 재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한 만큼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