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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일하는 여성 늘어야 저출산 사라진다

함정선 기자I 2020.11.11 04:00:00
[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인구절벽, 출산절벽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대로 초 저출산 현상이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의 경제활력과 성장잠재력을 약화시켜 개개인의 삶의 질과 공동체의 안정성을 위협하게 되리라는 것은 명명백백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적 도전에 직면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저출산 해법은 무엇일까. 다양한 해결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우선순위는 서구의 성공사례가 보여주고 있듯이 성 평등한 환경조성이 아닌가 한다. 무엇보다 여성들의 불안한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한 변화가 중요하다.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와 맞벌이 부부가 당연시되는 현실과 달리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우리나라의 여성고용률은 2000년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2019년 기준 51.6%로, 남성의 고용률(70.7%)과도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OECD 여성고용률 순위에서도 37개국 중 31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OECD 고용통계에서 흥미로운 것은 여성고용률이 상위권에 있는 나라들의 경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저출산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여성고용률이 높은 나라가 안정적인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동과 돌봄 영역에서 성평등 사회로 진입한 국가들을 보면, 여성고용률이 높아지면 처음엔 출산율이 낮아지다가 여성고용률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다시 출산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프랑스, 스웨덴, 영국, 독일 등 대체로 초 저출산을 경험했던 국가가 여성 평균고용률이 60%를 넘어가면서 합계출산율도 1.5명~1.7명으로 높아졌다.

이러한 결과가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일과 가족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곧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스웨덴의 저출산 대응도 여성들의 노동시장 확대를 지원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구체적으로 부모 모두의 근로와 양육참여, ‘아버지로서의 남성’ 권리보장에 기반한 일가족균형정책을 통한 장기적이고 꾸준한 노력을 통해 이루어졌다.

2019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자녀연령별 우리나라 여성고용률은 13~17세(66.1%), 7~12세(61.2%), 6세 이하(49.1%)로 나타나 자녀가 어릴수록 낮아지는데, 그 이유는 자녀돌봄 부담 요인이 여성들의 취업에 중요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연령별 여성고용률도 마찬가지다. 20대 여성의 고용률이 가장 높고(71.1%) 30대가 되면 경력단절로 인해 하락하고(59.9%) 40대가 되면 재취업을 통해 다시 올라가는 M자 곡선을 보인다. 더구나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인해 여성취업자가 남성보다 더 많이 감소하고 있으며, 육아와 가사를 이유로 노동시장을 떠나는 여성들이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열악한 여성고용의 현실은 여성들로 하여금 결혼과 출산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도록 하는 핵심요인으로 작용한다. 여성고용은 삶의 질, 자녀 돌봄, 가족과 기업 내 성 평등 이슈와 연결된 포괄적인 사회적 문제로 해결이 간단치 않다. 하지만 워킹맘을 위한 가족과 직장 내 불평등 해소와 양육시기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노동유연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장기화되고 있는 초 저출산 위기 상황과 맞물려서 정부가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과 취업지원을 위해 다 함께 돌봄 사업 추진과 임신 중 육아휴직 허용, 가사 돌봄 부담완화 등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렇게 일과 돌봄이 아우러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은 여성들에게 일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누리는 한편 경제활동 참여로 소득을 증가시킴으로써 가족의 재정적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여성들이 일과 육아의 이중부담으로 포기한 출산결정을 제고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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