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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 국악과 영화의 성공적 만남

장병호 기자I 2019.08.08 06:10:00

- 심사위원 리뷰
국립국악원 ''꼭두 이야기''
필름콘서트로 재탄생한 ''꼭두''
장르간 만남의 극대화된 시너지

지난 6월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선보인 국립국악원 ‘꼭두이야기’의 공연 장면(사진=뉴욕한국문화원).


[송지원 음악학자] 예술사에서 오랜 기간 유지됐던 예술장르 간 폐쇄적 독립성은 다른 형태로 옮겨진 지 오래다. 소통·융합·연결 등의 이름으로 시도된 장르간 교섭 노력이 그 움직임일 것이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각 장르마다 채워지지 않는 빈 공간을 그 ‘만남’이 채워준다. 아니, 빈 공간이라기보다 자아의 확장일 수 있겠다. 미술관에서 음악과 춤이, 음악회장에서 미술과 연극이, 무용공연에서 건축과 조명의 향연이…. 그 만나는 방식은 저마다 달라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장르 간 만남이 성숙할수록 시너지효과는 극대화된다. 국립국악원이 시도한 국악과 영화의 만남이 그 사례가 될 것이다. 지난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국립국악원이 청소년 공연 필름콘서트란 이름으로 공연한 ‘꼭두이야기’가 그것이다.

‘꼭두이야기’의 탄생은 2년 전으로 소급된다. 2017년 국립국악원은 김태용 영화감독을 만났다. 상여에 나무로 조각하여 망자의 저승길을 안내하는 ‘꼭두’를 소재로 국악과 영화의 만남을 시도했다. 그 결실이 ‘꼭두’다. 모던록 1세대 가수 출신 방준석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그는 국악을 잘 잘 활용했다. 적절한 위치에 국악을 배치하여 영화 이야기를 깊이 있게 채웠다. 2018년에는 ‘꼭두이야기’라는 영화로 제작해 국내 영화제에서 상영했다. 2019년에는 제69회 베를린영화제에 초청, 상영됐다. 조희봉·심재현·박상주·이하경이 네 명의 꼭두로 출연해 저승길이 외롭지 않음을 보여줬다. ‘꼭두이야기’는 어린이부터 노년의 관객까지 모든 세대에 저마다의 이유로 그들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스크린에서는 영화가 상영된다. 강아지와 바꾸려고 집안의 고물 찾는 오누이. 고물 중에는 할머니의 꽃신도 있다. 꽃신과 맞바꾼 강아지,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국악의 양청 도드리가 오누이의 경쾌한 발걸음을 돕는다. 때마침 할머니가 위독해진다. 할머니는 꽃신을 찾는다. 오누이는 꽃신을 찾아 나서다가 그만 다른 세상으로 인도된다. 거기서 네 명의 꼭두를 만난다. 길잡이꼭두, 호위꼭두, 시중꼭두, 광대꼭두. 이들은 즐거운 저승길을 안내하려고 애쓴다. 오누이의 저승길 체험, 할머니가 살아온 삶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국립국악원의 다양한 음악이 연주된다. 그 음악은 생생하고 심오한 영화감상에 필수요소다.

국립국악원의 정악단과 민속악단은 스크린 아래, 무대 위에 다양한 악기를 펼쳐 놓고 연주를 준비한다. 가야금과 거문고, 대금과 피리, 퉁소와 태평소, 아쟁과 해금, 양금, 편종, 방향, 훈과 지, 노도 등 향악기, 당악기, 아악기가 고르게 무대에 올랐다. 여기에 노래 3인이 가곡과 서도소리, 남도소리를 준비하여 무대를 꽉 채웠다. 편성으로만 본다면 무슨 음악이 연주될지 짐작되지 않는다. 영화를 상영해야 하니 연주자들에게 조명은 집중되지 않아 무대는 어둡다. 이들은 음악 연주에 몰두할 뿐이다. 눈은 영화로, 귀는 무대로 옮겨간다.

무대의 음악은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이야기에 맞추어 연주된다. 보통 영화는 스피커를 통해 흐르는 음악으로 만족해야 하지만 ‘꼭두이야기’는 귀의 효과가 극대화돼 입체적인 영화를 만든다. 저승의 입구, 시장가는 길, 할머니의 임종 무렵, 그녀가 살던 집과 마을을 돌아보는 영혼 길, 서천의 꽃밭, 삼도천, 상여 나가는 장면 등에서 국악의 명곡들이 연주된다. 꼭두의 등장에 맞춘 북청지역 민요 돈돌라리, 아이들의 즐거운 발걸음에 양청도드리, 할머니가 살던 곳을 돌아볼 때 “꿈이로다 꿈이로다” 하는 흥타령의 아련한 울림, 수심가, 서천 꽃밭의 부채춤과 장고춤, 고향 마을의 우조시조 월정명, 삼도천 이별시 살풀이와 강강술래, 상여가 떠나는 장면의 진도만가, 음악 하나하나가 적절한 곳에 배치돼 영화를 돋보이게 한다. 영화는 국악을 멋스럽게 만든다. 상생이다. 이같은 장르간 만남이 지속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국립국악원 ‘꼭두 이야기’ 중 ‘꼭두’의 한 장면(사진=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 ‘꼭두 이야기’ 중 ‘꼭두’의 한 장면(사진=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 ‘꼭두 이야기’ 중 ‘꼭두’의 한 장면(사진=국립국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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