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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판 블랙리스트' 현실화..공공기관장 절반 '아웃'

최훈길 기자I 2017.09.20 05:14:53

"적폐기관장 10명 나가라" 두달 만에 5명 퇴진
장관도 "기관장직 유지할 수 없어" 압박
강원랜드·코트라 등 연말 교체 잇따라
석유公 "못 나간다" 일부는 강력 반발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이 잇따라 교체되고 있다. 노조가 블랙리스트에 올린 퇴진 명단이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감사원·검찰 조사를 통한 해임 절차도 진행되고 있어 하반기에 기관장 교체가 잇따를 전망이다.

◇노조 “적폐 기관장 10명 나가라”→5명 사표·사직권고

양대노총이 지난 7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공공대개혁을 위한 적폐기관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각 공공기관에 따르면 민주노총·한국노총 공공부문 공공대책위원회가 지난 7월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적폐 기관장’ 명단 10명을 공개한 이후 현재까지 해당 기관장 4명이 사표를 제출했고, 1명이 사직 권고를 받았다. 이들은 2017~2019년까지 임기가 많게는 1년 이상 남았지만 옷을 벗게 됐다.

자진사퇴한 기관장은 홍순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이승훈 한국가스공사(036460) 사장 등 4명이다.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감사원으로부터 인사 조치,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사직 권고를 받았다.

나머지 인사들 거취도 유동적이다. 노조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19일 집회를 열고 “서창석 병원장 퇴진을 통해 서울대병원의 의료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중앙병원으로서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공공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투쟁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서 병원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차원의 퇴진 압박도 거세다. 사실상 공공기관장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태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 또는 수사 결과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결과가 나오는 그런 분들은 직을 유지할 순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성이 있고 국정철학 방향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을 재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비위가 적발됐거나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어긋나는 공공기관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래 사장, 백창현 대한석탄공사 사장, 정용빈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우예종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감사원 감사에 채용비위로 적발됐다. 박기동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이어 채용비리까지 적발돼 해임됐다. 한전(015760)의 자회사인 6개 발전사 중 4곳 기관장(장재원 한국남동발전 사장, 윤종근 한국남부발전 사장, 정하황 한국서부발전 사장, 정창길 한국중부발전 사장)은 국정 부담 등을 고려해 자진사퇴했다.

나머지 2곳 발전사도 교체될 수 있다. 나머지 2곳 중 한국동서발전은 현재 사장이 공석 상태다. 지난 6월 김용진 전 사장이 기획재정부 2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수력원자력 이관섭 사장은 직을 유지했다. 진행 중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발전사 사장들이 새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산업부 “나가라”…석유公 “못 나가”

지난 7월19일 양대노총이 퇴출 명단(블랙리스트)을 발표한 지 두달 만에 대상 기관장 절반이 사표를 제출했거나 사직 권고를 받았다. [출처=민주노총, 한국노총, 각 공공기관]
앞으로도 기관장 교체는 잇따를 전망이다. 산업부 산하기관이 상당수다. 내달에는 김익환 광해관리공단 이사장, 이석순 가스기술공사 사장, 이원복 산업기술시험원 원장, 임수경 한전KDN 사장이, 11월에는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유상희 전력거래소 사장이, 12월에는 김재홍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의 임기가 끝난다.

일부 기관장들은 사퇴 요구에 강력 반발하고 나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정래 사장은 통화에서 채용 비위와 관련해 “당시 채용 절차는 산업부에서 문제가 없다고 했다. 서류상으로 절차상 하자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당시에 (그런 하자를) 몰랐다”며 “사람을 이렇게 물 먹이는데 그만둘 수 없다. (그만 두게 하려면) 해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김 사장에 대한 해임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계속 얘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부 산하 공기업 관계자는 “우리 기관장은 노조 명단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불안한 기색”이라며 “기관장은 괜한 오해를 받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고 직원들은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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