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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人]방패 든 전직 금융저격수…금감원 칼날 막을까

장순원 기자I 2019.06.05 05:59:50

금감원 부원장 출신 주재성 KB국민銀 상임감사위원
금감원때 검사 진두지휘 경험 바탕 은행시스템 취약점 개선
든든한 수비수·소통창구 역할 기대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합리적인 소신파입니다.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하는 스타일이 아니지요. 금융감독원 후배들이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면 받아들일 테고 얼토당토않은 지적을 한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한마디 할 양반입니다. ”

금융검찰 금융감독원에서 공격을 이끌던 던 주재성(63·사진) KB국민은행 상임 감사위원(이하 감사)이 수비수로 데뷔전을 치른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이 4년 만에 부활한 종합검사의 첫 타자가 되면서다.

작년 말 국민은행에 합류한 주 감사는 자타공인 ‘은행통’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과 금감원을 거치며 은행 권역 주요 보직을 두루 섭렵했다. 은행·중소서민 담당 부원장을 끝으로 금감원을 퇴임하자 금융권 영입대상 1호였다. 그만큼 금융감독 경험이 풍부하고 은행권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를 눈여겨봤던 인물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다. 윤 회장은 ‘KB사태’ 직후인 2015년 1월 이후 공석이 된 감사 자리에 주 전 부원장을 염두에 두고 물밑 영입작업을 진행했던 것은 금융권에서는 널리 알려진 얘기다. 당시 윤 회장은 뜻을 접어야 했다.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다 공석이 된 자리에 금감원 출신을 앉힐 수 없다는 반발이 커서다. 윤 회장이 결과적으로 주 감사를 영입하는데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주 감사를 단순히 금감원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게 금융권의 생각이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주 감사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 자체를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감사는 회계와 경영상황을 감시·감독하고 비리나 부조리를 감시하는 내부통제 기능을 총괄하는 자리다. 경영상 중요 결정에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감사의 역량에 따라 은행의 건전성이나 금융사고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채용비리나 대출금리 조작 같은 내부통제 사고가 잦았던 국민은행으로서 뒷문을 확실하게 잠글 수비수를 얻은 것이란 평가다.

이번 종합검사는 주 감사의 역량을 검증받는 첫 무대이기도 하다. 금감원의 종합검사는 한마디로 ‘금융사의 종합검진’으로 건전성과 소비자보호를 포함해 전 분야를 살펴본다. 금감원은 과거처럼 ‘먼지털이’ 검사를 지양하는 대신 취약한 부분을 짚어주는 컨설팅식 검사로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방식의 검사가 성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금감원과 금융기관의 협조다. 피검기관이 검사에 최대한 협력해야 현 경영상태를 제대로 진단해 전할 수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주 감사는 친정인 금감원으로서도 최적의 파트너다. 은행의 취약점을 파악할 수 있는 종합검사의 순기능을 가장 잘 알고 있어서다. 주 감사로서는 상대적으로 부담도 덜한 편이다. 검사 대상이 주로 주 감사 임기 이전의 문제가 대부분이라 문제가 있다면 이 기회에 털어내는 게 책임 문제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전직 금감원 임원은 “주 감사는 종합 검사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라며 “검사를 최대한 보조하며 외부의 시선으로 조직의 문제를 짚어볼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검사 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은 주 감사로서도 부담이다. 금감원은 사전 자료나 상시 감시망을 통해 확보한 정보를 중심으로 취약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겠다는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KB금융의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의 자료까지 훑어볼 계획이다.

은행 감사 파트는 금융사 내 금감원 역할을 하는 곳이다. 현장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금융회사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지를 점검하기 때문이다. 평소 이런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종합검사에서 꼬투리를 잡힐 일이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생각하지 못한 지적 사항이 나온다면 주 감사나 국민은행으로서도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검사 과정에서 금감원과 소통창구 역할도 감사의 몫이다. 양측의 연결고리로서 합리적인 지적은 수용하고 불합리한 면은 제대로 소명해야 징계를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채용비리나 퇴직제한 문제를 일으킨 선배 세대에 대한 반감이 크다”며 “감사가 전직 금감원 고위 임원 출신이라고 봐주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주재성 감사는 본지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검사를 진행하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도움이 되도록 조용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해 국민은행 종합검사에 쏠린 지나친 관심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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