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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 "연명의료결정법, 죽음 문화 바꾸는 계기 되길"

이연호 기자I 2018.03.12 06:01:02

"일반 국민들 반응 좋아…의료현장 혼란 있으나 교육·홍보 적극 나설 것"
검시 대상 명시·인력 증원 등 국내 검시 시스템 발전 방향 제시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 사진=국가생명윤리정책원.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연명의료결정법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죽음을 맞이하는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이윤성(사진)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은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사람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굉장히 좋다”며 이 같은 바람을 피력했다.

지난달 4일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호스피스·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이후 한 달 동안 1000명에 육박한 임종기 환자가 무의미한 생명 연장 대신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택했다.

이 원장은 “우리 사회나 의료계가 법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해서 삶의 말기 단계에서의 문화, 즉 자신이 얼마나 살 수 있는지 인지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갖고 익숙한 장소에서 익숙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삶을 마무리하는 문화가 잘 정립됐으면 좋겠다고”말했다.

이 원장은 국립연명의료기관인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이 제도의 교육과 홍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사들은 자칫 법적 책임이 생길 소지를 만들지 않으려는 우려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을 대체로 소극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많다”며 “교육과 홍보가 많이 필요한 만큼 우리가 열심히 응대하고 설명하면 1~2년 내에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원장은 지난 달 말 32년간의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직을 정년 퇴임했다. 이 원장은 국내 최고 법의학자로서 국내 검시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과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검시 요건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두고 법의학자에게도 일정 부분 권한을 부여한 여러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범죄가 의심돼 수사 필요성이 있을 때만 검사의 지휘를 받아 검시가 가능하다.

이 원장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경우 12세 이하 입양아와 2세 이하 영아 사망 시, 병원에 이송된 지 24시간 내 사망 시엔 검시를 의무화해 놓고 있다”며 “범죄 의심 사망이 아니더라도 보험계약자의 사망 시에도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등 여러 억울한 죽음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나라도 법에 검시 대상을 명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서 그는 “외국 학회 같은 곳에 가면 일본이나 다른 나라들은 자기 나라의 검시 제도의 문제점을 얘기하며 개선 방향에 대한 조언들을 구하기 일쑤인데 우리는 그런 제도라는 것 자체가 없어 아예 꺼내질 못하니 창피한 수준”이라며 “우선 정부가 법의학 인력 증원에 대한 계획부터 공표해 의학계에서 대략 15년 걸리는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로드맵부터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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