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304가지의 빛…세월호를 기리다

김용운 기자I 2014.10.31 07:59:58

김윤명숙 개인전 '하얀비명'
성곡미술관 '2013 내일의작가 수상전'에
빨간 테이프 활용한 대형 설치작품 등 내년 1월11일까지

김윤경숙의 ‘하얀비명’.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로 숨진 희생자와 실종자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사진=성곡미술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1층 전시실에 들어서자 순백의 공간이 시뻘겋다. 순결하면서도 도발적이다. 2층에서 내려다보니 하얗게 표백된 슬픔 뒤에 참을 수 없는 분노도 감지된다. 금줄처럼 빨간 테이프는 촘촘히 허공을 가로질러 생과 사의 공간을 나눈 듯하다. 적혈구와 백혈구가 갈린 듯 적백의 대비가 명징하다. 3층 전시실에서는 설치작품 ‘하얀비명’이 보인다. 천장에서 소용돌이처럼 휘어돌아 수직으로 매달려 있는 전구는 304개. 그 옆에 다시 10개의 전구가 각기 반짝거린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하얀비명 김윤경숙’ 전이다. 지난해 미술관이 선정한 김윤경숙 작가의 ‘2013 내일의 작가 수상전’이기도 하다.

1970년 대전에서 태어난 작가는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대전을 근거지로 활동해왔다. 세상과 단절한 채 개인의 세계로 침잠하는 대신 세상과의 연결을 택했다. 2009년 광주대인시장프로젝트를 통해 광주시 대인시장 내 약 15년간 비어있던 미용실 공간에 작품을 설치하거나 2011년 ‘미술은 현실이다’ 전, 2012년 ‘평화가 웃는다’ 전 등에 참여해 입지를 넓혔다. 비록 개인의 사적인 기억 속에서 시작됐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공유하고 공감하는 사건과 감정을 반추하는 작가의 지향점은 ‘내일’을 기대하기 충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바느질을 활용한 작가 특유의 드로잉과 빨간 테이프를 이용한 대형 설치작품 20점여점을 선보인다. 드로잉에는 한국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가녀리지만 명확하게 담겨 있다. 작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비닐테이프 설치작품도 볼 수 있다. 전시의 표제이기도 한 ‘하얀비명’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 304명과 실종자 10명을 떠올리며 만든 작품이다.

송의영 성곡미술관 큐레이터는 “김윤경숙 작가는 개인의 기억을 객관적 사건에 투영시키고 작업을 통해 망각이라는 인간의 방어기제를 해체한다”며 “작가의 작품들은 기록자 혹은 감시자로서 사회과 개인 사이의 관계를 다시 쟁점화하거나 잃어버린 개인의 기억을 되새기도록 유도한다”고 평했다. 관람료 3000원. 내년 1월 11일까지. 02-737-7650.

성곡미술관이 선정한 ‘2013 내일의 작가’ 김윤경숙(사진=성곡미술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