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친(트위터 친구)이랑은 술 없이도 10시간 동안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어요."
닉네임 ZERO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알게 된 사람과 단짝이 됐다. 그는 "트위터에서 친구를 사귀었다"며 "마음이 잘 통하는 몇 명과는 실제로도 만난다"고 말했다.
그는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팬들과 트친"이라며 "공통된 관심사를 기반으로 관계가 이어지다 보니 대화도 잘 통하고 실제 친구보다 오히려 이해도 더 잘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트친과 실제 친구는 내게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다른 것이라고는 어떻게 만났느냐의 차이 정도"라고 덧붙였다.
Z세대가 트위터를 통해 친구를 사귀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트위터 세계에서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아 소통하며 유대를 갖는 것. 익명을 기반으로 한다는 기에 오프라인의 관계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들 사이에 '거리감'은 없다. 죽이 잘 맞는 트친은 일상 속 친구 못지 않다.
Z세대란 주로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특징이 있다.
Z세대 온라인 관계 형성에 열려 있어
지난 6월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Z세대 5명 중 1명(22.0%)이 'SNS 팔로워'를 친구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8.3%), X세대(7.0%), 86세대(6.3%)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실제 대다수 Z세대는 트위터 등과 같은 SNS의 팔로워를 오프라인 친구와 같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모(여·23세)씨는 "한 트친과는 벌써 2년지기"라며 "트위터를 통해 대화를 주로 나누지만 매일 트위터에 접속하는 만큼 누구보다 교류가 잦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에서 만나는 친구나 온라인에서 관계를 맺은 트친이나 똑같은 친구"라고 덧붙였다.
"취미 생활 같은 사람끼리 모여요"
Z세대는 트위터에서 만난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로 '공통된 취미생활'을 꼽았다. 일명 '트친소'를 열어 자신과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과 친구를 맺기 때문이다.
트친소란 '트위터 친구를 소개한다'의 줄임말로 SNS에 자신과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를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행동을 말한다.
닉네임 사랭이씨는 "트친소를 열어 트친이 생겼다"며 "당시 모 아이돌 그룹 멤버를 좋아하고 있었는데 같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트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 만난 트친들과 콘서트도 같이 갔다"며 "아무래도 취미 생활이 같다보니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유행하는 데이팅 앱과 달라"
최근에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관계를 이어주는 커넥팅, 틴더 등 소통 애플리케이션(앱)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Z세대는 트위터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은 시중에 존재하는 소통 앱과 성격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온라인을 통해 낯선 상대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은 똑같지만, 만남의 목적성에 차이가 있다는 것.
이씨는 “시중에 나와있는 소통 앱은 보통 '데이팅 앱'인 경우가 많고, 데이팅 앱이 아니라고 해도 '연애'를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반면 트위터는 순수 '취미'를 기반으로 친구를 사귀고 또 한 번 트친이 되면 오래 보기 때문에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흔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책임연구원은 "Z세대는 온라인과 디지털 환경을 일찍부터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라며 "이전 세대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친분을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더구나 트위터 등에서는 취향 및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코드가 잘 맞는 사람과는 쉽게 친해질 수 있어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이라도 친근감을 갖는다"고 말했다.
/ 스냅타임 박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