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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의대 세종행에 무마용 치대 설립 추진 ‘꼼수’ 논란

박진환 기자I 2023.11.28 06:00:00

지역인재 유출·공공의료시스템 확충 등 치과대학 설립 추진
충남대, 서명운동 마치고 이달중 교육부에 설립요청서 제출
대전시 “의대 세종행 무마용…공조 불가”…의료계도 부정적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건설 중인 세종 공동캠퍼스 조감도. (사진=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대전·세종=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충남대의 치과대학 설립 추진이 현재 대전 보운캠퍼스에 있는 의과대학을 세종으로 이전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꼼수’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는 내년 2월로 임기가 끝나는 이진숙 현 충남대 총장이 자신의 재임 기간 중 글로컬대학30 사업 탈락, 한밭대와의 통합 실패 등의 실정을 무마하기 위해 치과대학 설립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내·외부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충남대, 지역 의료계 등에 따르면 현재 충남대 정책연구단은 치과대학과 치과병원 설립을 위한 서명운동을 실시했다. 그간 충남대는 치과 관련 공공의료기관 및 치과의사 부족 등을 이유로 대전권에 치의학분야 연구 및 지역인재 양성 교육을 위한 국립 고등교육기관 설립을 촉구해 왔다. 또 대전권에 치과대학이 없어 치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의 외부 유출도 심각하다는 것이 충남대 측 설명이다. 또 현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와 맞물려 국립 치과대학 설립을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목표이다.

충남대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치과대학 설립 서명운동 캡처.(사진=충남대 제공)


이에 대한 명분은 타 지역과의 형평성과 지역의 공공의료 시스템 확충이다. 타 지역의 경우 1970년대부터 경북대와 부산대, 전북대, 전남대 등의 국립대에서 치의예과가 신설됐고, 1980년대 모두 치과대학으로 전환됐다. 1994년에는 강릉대도 국무회의를 넘어서면서 충청권을 제외한 내륙 모든 권역에 국립 치과대학이 들어섰다. 충남대 관계자는 “전신마취가 필요한 장애인의 구강 진료 접근성도 공공의료서비스의 한 축”이라고 전제한 뒤 “대전 내에선 치아 탈골이나 안면 골절로 인한 응급치료, 외과 응급수술 등에 대한 전문인력과 마취의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립 치과대학 설립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수도권(230명)과 호남권(270명), 경상권(100명), 강원권(40명)에는 치과대학 입학정원이 있고, 해당 권역마다 국립대학에 치과대학이 설치돼 있지만 대전·세종·충청권역에는 사립대(단국대)의 정원 70명에 불과해 지역 차별 문제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충남대는 의과대학이 있는 대전 중구 문화동의 보운캠퍼스에 국립 치과대학과 치과병원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이달 중 교육부에 치과대학 설립 요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대전 중구에 위치한 충남대병원과 의과대학 전경. (사진=충남대병원 제공)


충남대가 치과대학 설립의 당위성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사회에서의 반응은 찻잔 속 태풍에 머물고 있다. 대전시 등 지자체를 비롯해 지역 정치권에서조차 공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충남대는 대전시와 치과대학 설립을 위한 공동추진 의사를 발표하려 했지만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대전시가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이장우 대전시장이 시정브리핑을 통해 치대 설립과 관련해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힌 것이 유일한 행보다. 지역 의료계도 찬성도 반대도 아닌 무대응이 유일한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충남대가 치과대학 설립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대전시와 공조를 원하고 있지만 정작 대전에 있는 의과대학을 세종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떤 논의나 협의도 없었다”면서 “결국 대전에 있는 교육기관을 타 지역으로 옮기면서 생긴 공백을 치과대학이라는 메우기 위한 정치적 행보로 이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역 의료계도 충남대 행보에 부정적인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대전에 치과대학이 없다고는 하지만 치과 관련 의료시설의 갯수가 타 지역과 비교해 절대 부족하지 않다”며 “대전권 대학 출신이 없지만 오히려 서울과 천안, 전북 등 타 지역 출신 치과의료진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질 높은 치과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단점도 있지만 분명 장점도 많다”고 역설했다.

충남대의 치과대학 설립 추진과는 별도로 내년 2학기 개교를 목표로 충남대 의과대학의 세종캠퍼스 입주는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행정중심복합도시 공동대학(캠퍼스)은 세종시 집현동(4-2생활권) 대학용지에 조성되며, 대학이 교사(校舍)를 임차해 입주하는 임대형 캠퍼스와 대학이 부지를 분양받아 직접 교사를 건축하여 입주하는 분양형 캠퍼스로 구성된다. 이 중 충남대는 서울대와 KDI국제정책대학원(행정·정책대학원), 충북대(수의대·대학원), 한밭대(AI·ICT 계열 대학·) 등과 임대형 캠퍼스로 공동 입주할 예정이다. 충남대는 이 세종캠퍼스에 의과대학과 대학원이 입주하며, 총인원은 400명 수준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이 대학들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할 예정이며, 이 중 충남대와 공주대, 한밭대는 공동캠퍼스 융합 교육·연구의 선도 모범사례로서 공동교육과정 운영 등의 공유대학 모델을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충남대 관계자는 “세종캠퍼스로 이전하는 의과대학은 예과 1~2학년으로 본과생들은 기존과 같이 대전 보운캠퍼스에 있게 된다”며 “세종캠퍼스로 이전한다는 구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 중인 사안으로 대전시가 이제와서 다른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간 지역에 치과대학이 부재하면서 지역인재의 외부 유출이 심각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치과대학 설립 자체가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 대전시와 지역 의료계와 협의해 치과대학 설립 추진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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