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김도균)는 지난 7일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한국은행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임시대의원대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의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한은 노조는 2020년 7월 1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해 ‘상급단체인 사무금융노조를 탈퇴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전체 대의원 59명 중 57명이 대의원대회에 참석했고, 52명이 투표에 참석해 46표 찬성으로 탈퇴 안건이 가결됐다. 당시 김영근 한은 노조위원장은 탈퇴 이유를 “상급단체와 방향성이 맞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무금융노조는 한은 노조의 탈퇴를 인정하지 않았다. 개별 단위 노조 총회를 통한 집단 탈퇴는 불가능하다는 자체 규약을 근거로 상급단체인 자신들이 탈퇴를 승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무금융노조는 작년 12월 13일 한은 노조의 임시대의원대회 결의는 무효고, 밀린 조합비 1억8000만원 상당을 지급하라며 법원에 소장을 냈다.
소장이 접수된 지 11개월여 만에 열린 첫 재판에서 사무금융노조와 한은 노조 측은 자체 규약을 두고 해석을 달리했다.
사무금융노조 측은 결의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무금융노조 측 대리인은 지난 7일 법정에서 “한은 노조의 경우 사무금융노조 한은 지부로 돼 있다”며 “2020년 7월 결의 내용을 보면 상급 단체를 탈퇴하는 결의를 했는데, 집단 탈퇴를 하려면 규약에 따라 단위조합 변경 결의를 무조건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은 노조 측 대리인은 “사무금융노조 측 주장대로 하부 조직이더라도 한은 노조는 독립한 근로자 단체 성격으로 활동했기에 탈퇴 결의가 조직 변경으로 유효하다”며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2016년 산별노조 산하 지부가 임시 총회를 통해 상급 노조를 탈퇴해 기업별 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지부·지회가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일 뿐, 독립 노조가 아니기에 조직을 전환할 권리가 없다는 기존 노동법 해석을 뒤집었다.
◇法, 대법원 판례 따라 판결…정부 시정명령도
대법원 판례 이후 법원들은 판례를 따랐다. 지난 9월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원주시청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 및 전국공무원노조를 조합원 투표를 거쳐 탈퇴한 것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상고장을 제출했지만, 승소 가능성이 낮다고 봐 이를 취하했다.
올 4월엔 정부가 산하 노조 집단 탈퇴를 금지한 규정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청이 사무금융노조 내부 규정이 위법이라는 등 취지로 요청한 시정 명령을 받아들였다.
한은 노조와 사무금융노조 사이 법적 공방은 다음 달 19일로 이어진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이 사건이 해당하는지, 사무금융노조 측 입장은 어떤지 등을 살펴보고 판결을 내릴 계획이다. 재판은 이르면 내년 초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법률적인 부분인 것 같다”며 “다음 기일에 종결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