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33rd SRE][Industry]부동산 PF 도미노 공포…건설 업황 악화 1위

김대연 기자I 2022.11.18 08:15:00

레고랜드發 부동산 PF 공포에 건설·캐피탈·증권 업황 악화 우려
지난해 1위였던 ''공기업 발전'' 올해는 5위…경기 둔화 여파 여전
항공은 지난회에 이어 업황 개선 기대 1위…여행 수요 상승 반영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건설 업종이 33회 SRE에서 향후 1년 내 업황 악화가 예상되는 산업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등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건설사와 증권사, 캐피탈사 등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금시장이 급속도로 경색되면서 건설사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ABCP와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등 유동화 증권을 발행한 증권사가 디폴트를 막기 위해 팔리지 않은 물량을 직접 매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항공 업종은 32회 SRE에 이어 33회에서도 업황 개선 기대 산업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각종 방역 완화 조처를 통해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기대 덕분이다. 자동차, 은행, 전기전자, 음식료, 조선 등에 대한 업황 개선 기대감도 컸다.

◇부동산 PF 시한폭탄 터질까…건설 업종 ‘빨간불’

33회 SRE에서 응답자들은 향후 1년 내 업황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산업으로 건설업을 가장 많이 꼽았다. 18개 업종 중 2개를 선택하는 설문에서 총 203명 가운데 127명(62.6%)이 건설업에 표를 던졌다. 32회에서 같은 질문에 4위를 기록했던 건설업이 올해 1위로 3계단 오른 것이다. 2위인 캐피탈(112명·55.2%)과의 격차는 7.4%포인트다.

건설 업황 악화 가능성을 크게 점치는 이유는 레고랜드발 디폴트 사태로 인해 자금시장이 빠르게 경색되면서 자금조달 어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부실 우려가 확산하면서 부동산 PF 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정부가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50조원 이상 규모의 유동성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자금 경색 막기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SRE 자문위원은 “부동산 PF와 관련한 유동성 리스크가 커질수록 건설사가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부분이 크다”며 “정부 대응책이 위축된 투자심리를 일부 완화하는 데 기여하겠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해서 안도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캐피탈 또 ‘2위’…유동성 위기에 건전성 우려 탓

캐피탈업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2위를 기록했다. 32회 SRE에서는 총 154명 가운데 41명(26.6%)의 선택을 받으며 2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이보다 2배가 넘는 112명(55.2%)의 표를 얻었다. 지난 회차 설문 당시에는 시장 금리 상승으로 예금 수신 기능이 없는 캐피탈 업종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원인이었지만, 올해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PF 대출 부실 우려까지 겹치면서 득표율이 올랐다.

캐피탈사는 부동산 PF 대부분이 브릿지론인데, 시공사가 디폴트를 선언해 본PF로 전환되지 않으면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진다. 일각에서 부동산 PF 대출이 대규모 부실로 이어지면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증권도 업황 악화 전망 업종 3위에 올랐다. 증권은 32회에서 28표(18.2%)로 5위를 기록했으나 이번 회차에서 두 계단 상승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오는 12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증권사의 PF-ABCP와 PF-ABSTB의 규모는 약 34조원으로 집계됐다.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는 분위기이지만, 이처럼 증권사들이 저금리 당시 공격적으로 부동산 PF 비중을 늘린 만큼 업계에선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SRE 자문위원은 “현재 상황에선 당국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 정책은 상반된 측면이 있어 앞으로 후속 대처들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황 악화가 예상되는 업종 4위에는 26표(12.8%)를 받은 화학이 차지했다. 화학은 32회 SRE 때 9표(5.8%)를 받으며 10위를 기록했지만, 33회 SRE에서는 무려 6계단이나 올랐다. SRE 자문위원은 “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화학 업종의 제품 스프레드가 축소돼 영업 현금흐름이 줄어든 상황이며, 제품 수요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회에 1위를 차지했던 공기업 발전은 19표(9.4%)를 받아 5위로 내려왔다. 올해 전기료가 인상되며 지난해보다 상황은 나아졌지만, 경기 둔화로 산업용 전력 수요가 감소하면서 여전히 공기업 발전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보기 때문이다.

◇항공 업황 개선 기대 1위…2년 연속 긍정적 전망

항공은 지난회에 이어 33회 SRE에서도 향후 1년 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산업 1위로 뽑혔다. 총 72표(35.5%)를 얻어 1위를 차지했지만, 32회 때 91표(59.1%)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보다는 다소 못 미치는 모습이다.

항공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불거진 이후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대규모 침체에 빠졌다. 아시아나항공(020560)도 경영난에 시달리다 결국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에 3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고 대한항공과 기업결합을 앞둔 상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정부는 지난달부터 입국 후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를 해제하는 등 국내 입국 관련 방역 조처를 모두 해제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항공업이 서서히 회복해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SRE 자문위원은 “하늘길이 뚫리면서 해외여행이 서서히 재개되고 있다”며 “원화 강세 폭이 더 확대되지 않는다면 엔데믹 여행 수요 영향력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종은 55표(27.1%)로 3회차 연속 2위를 기록했다. 자동차는 32회 SRE에서 26.6%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은행도 46표(22.7%)를 얻으며 지난 회에 연이어 3위에 올랐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금리 상승기에 순이자마진(NIM)이 오르면서 수익성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전자 업종은 41표(20.2%)로 업황 개선 기대 산업 4위에 올랐다. 전기전자는 30회와 31회 SRE 때 같은 질문에 연속 1위를 기록했지만, 32회 때 9.7% 득표율로 8위로 떨어진 바 있다. 이 밖에도 음식료와 조선 업종은 나란히 38표(18.7%)를 얻으며 향후 1년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산업 공동 5위를 기록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3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