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연습실은 최근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살아남은 아기 조씨고아를 홀로 안은 정영(하성광 분)이 하늘 높이 아기를 들어올리며 회한에 가득한 외침을 내뱉었다. 연습실도 이내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배우들의 연기를 묵묵히 지켜보던 고선웅 연출은 정영 역의 배우 하성광의 연기에 심취한 나머지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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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2년 만에 무대에 돌아온다. 중국 원나라의 작가 기군상이 쓴 고전 희곡을 고 연출이 각색·연출해 2015년 초연한 작품이다. 관객과 평단의 호평에 힘입어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 더 무대에 올랐다. 국립극단이 창단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 설문조사 1위를 차지하면서 재공연이 결정됐다.
어느 새 네 번째 공연이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 더욱 탄탄해졌다. 기존 출연 배우들은 물론 새로 합류한 배우들까지 극에 녹아들어 여느 때보다 잘 숙성된 공연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국립극단 연습실에서 만난 고 연출은 “배우들이 역할을 완전히 체화한 느낌이라 이전보다 더 깊어진 공연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 하성광을 비롯해 유순웅(조순 역), 장두이(도안고 역), 정진각(공손저구 역), 이지현(정영의 처 역) 등 연극계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이번 공연을 위해 다시 뭉쳤다. 여기에 한궐 역에 배우 김정호, 조씨고아 역에 배우 홍사빈이 더블 캐스팅돼 호산(한궐 역), 이형훈(조씨고아 역)과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하성광은 “예전에는 힘을 줘서 연기했던 것을 이제는 조금 더 편안하게 연기하게 된다”며 “배우들도 온당한 에너지로 연기를 해서 호흡이 더 잘 맞는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작품의 인기를 증명하듯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국립극단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당초 오는 25일부터 7월 26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수도권 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국립예술단체의 공연 중단 결정에 따라 예정했던 공연은 잠정 중단됐다.
그러나 국립극단과 배우, 창작진은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른 공연 재개 가능성을 열어놓고 여전히 연습에 임하고 있다. 온라인 공연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지금의 목표는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나아져 7월 중 예정된 기간 내에 무대에 올라 관객과 만나는 것이다.
고 연출은 “‘조씨고아’ 팀은 5년간 호흡을 맞춰와서 팀워크가 굉장히 좋다”며 “불가항력의 상황이지만 동요하지 않고 하던 대로 준비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성광도 “걱정했던 상황이 현실로 다가와 속상한 마음도 있지만 공연을 기대했을 관객들을 생각하며 의연하게 임하고 있다”며 “사태가 나아져서 예정된 공연 기간 내에 무대에서 관객과 꼭 만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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