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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빈 "씨티그룹 위기, 책임 없다"

김혜미 기자I 2008.11.30 14:44:11
[이데일리 김혜미기자] 최근 씨티그룹 사태와 관련해 책임 공방에 휩싸인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씨티그룹의 몰락이 `뒤틀린 금융시스템`으로 인한 것이며 자신의 실수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루빈 전 장관은 자신이 씨티그룹 고위 책임자 가운데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에서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출처 : WSJ)
씨티그룹의 고위 집행이사회 의장이었던 루빈 전 장관은 과거 자신이 공개적으로 리스크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했지만 이사회가 고리스크의 투자방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영진이 적절한 계획을 실행했다면 손실은 지금보다 적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씨티그룹 위기가 전반적인 금융 위기로 인한 것임을 강조하 듯 "지금과 같은 위기에 준비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금융 위기로 인해 명성에 금이 간 사람들이 있으며 그 예로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있다고 말했다.

루빈 전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공영방송 PBS의 찰리 로즈 쇼에 출연한 이후 나온 것이다. 팬디트 CEO는 미국 정부가 씨티그룹에 또다시 자금을 투입토록 만든 장본인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CDO(자산담보부증권) 등 고리스크 투자전략을 구사하던 씨티그룹은 미국 부동산 시장이 붕괴된 이후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았다. 미국 정부는 씨티그룹 회생을 위해 250억 달러의 초기 자금을 투입한 데 이어 최근 200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고, 3060억 달러 규모의 부실자산을 지급보증하기로 한 바 있다.

루빈 전 장관의 책임회피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가 지난 2004년 말부터 2005년 초까지 고(高)리스크 투자전략을 결정하는 데 깊이 관련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은 당시 루빈 전 장관이 이사회에서 씨티그룹의 경쟁사들은 더 높은 리스크를 떠안고 있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사회가 루빈 전 장관을 경험 많은 트레이더이자 리스크 매니저로 여겼기 때문에 그의 발언에 무게를 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루빈 전 장관은 지난 1999년 이후 씨티그룹에서 스톡 옵션을 제외하고 1억 1500만 달러에 달하는 연봉을 받은 데 대해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의 연봉수준은 씨티그룹 주주와 일부 경영진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어 왔다.

뉴욕에서 자금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윌리엄 스미스는 "스스로 책임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사회의 일원이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면서, 루빈 전 장관이 아직 높은 연봉을 받고 있으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루빈 전 장관은 그의 연봉이 정당한 것이었으며 심지어 그가 더 높은 연봉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해 보너스 지급을 거부했으며 이사회에 이 돈을 더 적절한 곳에 사용하도록 말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루빈 전 장관은 비크람 팬디트 CEO가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으며, 위기가 지나고 나면 씨티가 다시 성장가도를 달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팬디트 CEO에게 현직에 남을 것이며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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