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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총리제 도입해 제왕적 권력 분산해야”[새 정부에 바란다]

김유성 기자I 2022.03.10 04:00:00

여야 후보 모두 대통령 권한 분산 '한 목소리'
책임총리제 도입 위한 실질적 기반 마련돼
임명직 한계 벗어나기 위해선 '개헌 필요' 의견도
독일식 총리·연정 모델 제시되기도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책임총리제 도입되고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은 과연 분산될까.

역대급 박빙 승부를 벌이며 대척점에 섰던 여야 후보들. 입에 담을 수 없는 네거티브 공방을 벌였던 이들도 대통령제 권한 분산과 축소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실질적 대안으로 책임총리제 도입까지 공약으로 내놓기까지 했다.

책임총리제는 국무총리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는 제도를 뜻한다. 대통령에 집중된 국정 권한과 책임을 총리도 함께 수행하게 된다. 각 대선 주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책임총리제 도입과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공약을 내놓았다.

책임총리제는 1948년 막 건국된 대한민국 제헌국회에서 구현된 바 있다. 이승만·군사독재 정권을 겪으면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상징적인 자리로 의미가 축소됐다. 1987년 개헌 이후 헌법 상으로 국무총리의 역할을 명시하고 있지만, 대통령 임명직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책임총리로 대통령 권한 분산하자” 여야 후보 한목소리

각 후보들은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는 안을 골자로 권력구조 개편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골자는 국무총리를 국회가 추천하는 안이다. 더 나아가 장관에까지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안도 나왔다. 청와대 수석들의 눈치를 보는 장관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행정 각료인 셈이다.

이는 총리의 각료 추천권, 해임건의권, 국무위원 통할권 등 헌법에 명시된 총리 권한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게 대통령 당선자가 보장하겠다는 약속과 같다. 이 때문에 “개헌 없이도 책임총리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말이 대선 주자 사이에서도 나왔다.

다만 책임총리제 현실화를 위한 과정은 첫단추부터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국회의 총리 추천제를 도입한다고 하면, 각 정당의 추천권 배분과 규모, 대통령이 총리 후보자 중에서 이를 낙점하는 과정을 모두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여야 협조와 소통, 당선자의 대승적 양보가 필요하다.

장관 등 각료 추천권과 임면건의권 등을 책임총리가 갖게 되면 대통령은 국방과 외교 등 외치에 전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책임총리 간 마찰을 빚을 수도 있다. 정책적 철학이 맞지 않을 때다. 대통령의 전적인 신임이 없다면 책임총리제는 말 그대로 허울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실제 김영삼 정부 시절 이회창 당시 국무총리는 헌법에 기재된 총리의 권한을 사용하려고 했다 법에 의한 총리의 권리 행사일 수 있으나 대통령과 청와대와의 마찰을 빚게 됐다. 결국 4개월(1993년 12월 ~ 1994년 4월)만에 이 전 총리는 총리직을 사임했다.

반대로 김대중 정부 시절 김종필 국무총리(1998~2000년), 노무현 정부 때 이혜찬 국무총리(2004~2006년)는 책임총리에 그나마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과 동등한 위치에서 토론할 수 있는 국정 파트너이거나 대통령의 전적인 신임을 받았던 총리들이다.

제16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 연말 열린 한 세미나에서 “대통령직에 대한 이해가 지금까지 부족한 게 문제였다”면서 “민주 국가의 대통령은 ‘동료 중의 1인자’ 또는 의사 결정 과정을 관리하는 최고 책임자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책임총리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개헌이 답이다’라는 귀결로 모이게 된다. 이때는 의회 내 정당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개헌을 위해서라면 다수당도 소수 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 여야 간 협치 사례가 드문 한국에서 이 같은 안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돌파구는 있다. 다양한 정치 세력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서는 1987년 헌법을 개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수백만 자영업자가 어려움에 빠진 상황이다”면서 “전시와 같은 어려운 때에 여야가 힘을 합친 전시 내각과 같은 형태로 의회를 꾸려나가자는 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당간 협치 필수…독일 연정이 모델

책임총리제도가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의회내 정당 간 협치가 이뤄져야 한다. 거대 양당이 사사건건 대립한다면 원활한 국정 운영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다당제 기반의 정당 간 협치 모델은 독일 의회에서 찾을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한국 정치의 지향점으로 독일 연정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 독일 의회는 기민당(기독교민주연합)과 사민당(사회민주당) 양당이 주축이 돼 주도한다. 다만 이들 정당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소수 정당과 협력해 연정을 하곤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민당과 사민당이 연정하는 ‘대연정’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대연정이다. 기민당의 메르켈 전 총리는 2005~2009년, 2013~2021년 사민당과 대연정을 했다. 자신의 총리 재임 기간 대부분을 대연정으로 보낸 것이다.

‘넥스트 프레지던트’의 저자 김택환 경기대 특임 교수는 “계파나 정파보다 국민과 국익을 우선시 하는 정서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면서 “사회적 시장 경제 등 정파를 초월하는 공통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대연정의 명분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정을 통한 협치 덕분에 국정은 안정됐고 독일은 경제호황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유럽 중심 선도 국가로 4차산업혁명도 선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오랜 역사와 산업화, 민주화를 거쳐 형성된 특유한 기질과 특성이 있다”면서 “(정치구조 개혁을 통해) 독일을 뛰어넘는 리더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독일 연정 역사 (자료 : 2021년 12월 3일 주최 ‘대통령 리더십 세미나 - 성공할 대통령 실패할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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