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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비 뿌리고 가는 태풍 '종다리'…"열대야 더 심해진다"

한정선 기자I 2018.07.28 06:00:00

태풍이 무더위 물리치려면 현재 기압계 흩트려야 가능
'종다리' 중형 태풍인데다 북태평양 고기압 강력해 불가능
태풍으로 비 그치면 수증기 늘면서 폭염·열대화 더 심해져

폭염 특보가 계속 되자 시민들이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을 찾아 무더위를 이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 이르면 일요일인 29일 오후부터 우리나라 동해상을 경유할 것으로 알려진 제12호 태풍 종다리(JONGDARI)는 우리나라의 극심한 폭염과 열대야를 물리치기는 커녕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기상청은 “태풍 종다리가 우리나라 남해상에는 비를 뿌려 잠깐이라도 더위를 식혀주겠지만 서울 등 중부지방에는 태풍으로 인한 비는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태풍으로 더운 공기와 수증기가 유입돼 폭염과 열대야가 심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태풍 종다리는 이르면 일요일부터 일본 열도를 빠져나와 우리나라 동해상과 대한해협을 경유해서 서해상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를 지나가면서 비를 뿌리겠지만 경로가 동해상과 대한해협 등 남부지방에 한정되다 보니 비는 남부지방에만 집중되겠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태풍은 찬 공기를 몰고 오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공기를 몰고온다”면서 “태풍이 더위를 식혀주려면 비가 많이 내려야 하는데 이마저도 남부지방에 한정돼 전국의 더위를 식혀주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가 와서 빗방울이 증발하면서 공기의 잔열을 뺏어가기 때문에 주위 공기를 잠시 식혀줄 수 있다. 하지만 비가 그치고 나면 빗방울이 증발하면서 대기 중에 수증기가 발생하고 습도가 굉장히 높아진다. 이 때문에 오히려 폭염과 열대야는 더 심화될 전망이다.

또 태풍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따뜻한 바람을 북동쪽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태풍 종다리가 우리나라 남부지방으로 지나가면서 서울 등 중부 지방에는 따뜻한 바람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태풍이 올라오면서 더위를 제대로 식히려면 현재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벳 고기압 등 기압계를 흩트릴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7월말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잘 발달하는 시기인데다가 태풍 종다리는 27일 중형 태풍이라 기압계를 흩트릴 수 없다. 게다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 동해상으로 이동할 때는 태풍에서 저기압으로 변질될 것으로 전망돼 태풍의 위력도 약해질 전망이다.

다만 태풍이 우리나라를 거쳐 갈 때는 우리나라 대기 하층부를 덮고 있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잠시 북서쪽으로 이동하게 돼 토요일인 28일부터 전국에 구름이 많고 내륙 중심에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서울, 경기도, 강원영서, 충청내륙, 남부내륙, 제주도산지 등에는 5~40mm의 소나기가 내리겠다. 하지만 전국의 낮 최고기온은 31~35도로 무더위는 계속되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 종다리가 지나가고 나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다시 자리를 잡으면서 폭염과 열대화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장기화되는 폭염과 열대야에 대해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12호 태풍 ‘종다리’ 이동경로(제공=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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