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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원화의 ‘마이웨이’. 최근 달러화 약세에 각국 통화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 원화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2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전거래일인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65.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1061.2원) 대비 0.40%(4.7원) 상승한 값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뜻이다.
올해 들어 달러화 가치가 대폭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원화 가치가 오히려 하락한 것은 뜻밖의 결과다. 실제 같은 기간 유로화, 일본 엔화 등 주요국 통화는 물론, 중국 위안화로 대표되는 신흥국 통화도 일제히 가치가 상승했다.
지난 2~19일 사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1.873에서 90.404로 1.60%(1.469포인트) 하락했다.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자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주요국들의 대미 달러 환율은 일제히 아래를 바라봤다. 각국 통화 가치가 상승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과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같은 기간 달러·유로 환율은 달러당 0.830082유로에서 0.815262유로로 1.79%(0.0148유로) 내렸다. 달러·엔 환율과 달러·위안 환율도 각각 1.35%(112.38→110.86엔), 1.52%(6.4914→6.3925위안) 하락했다.
각국 통화들이 일제히 평가절상될 때 원화 가치는 왜 하락했을까.
전문가들은 ‘큰 손’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 1060원을 방어하고자 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외환당국이 1060원을 하단으로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며 “굳이 원·달러 환율이 내리는데 (베팅했다가) 손해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 하락 재료가 명백한 상황이라면, 가령 예전에는 대폭 하락한다는 데 100달러 베팅했겠지만 이제는 그 대신 조금 하락하는 데 1000달러를 거는 식으로 한다”고 귀띔했다. 소위 ‘박리다매’ 격이다.
다만 앞으로도 달러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원·달러 환율도 결국 내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기도 나온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환당국에 의해 환율 ‘1060원 하단’ 인식은 확실히 세워졌다”면서도 “언제까지고 외환당국이 버티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진행 중이어서 당국이 개입하지 못 하는 때가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