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쏠림이 두드러지고 있다. 다만 2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화하면 국내 증시가 박스권 흐름에서 벗어나 상승 추세로 전환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주식형ETF 개인 매수세, 美주식형에 집중
26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올 들어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규모가 큰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10개는 모두 미국 주식형 상품으로, 국내 주식형 상품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가 가장 큰 ETF는 ‘TIGER 미국S&P500’으로, 7470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해당 ETF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미국에 상장한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을 선정해 구성한 미국 증시의 대표지수인 S&P500 지수를 추종한다. 해당 지수는 올 들어서만 14.7% 상승했고, 해당 상품은 올 들어 23.72%의 성과를 냈다.
이외에도 ‘KODEX 미국S&P500TR’(2683억원), ‘ACE 미국 S&P500’(1876억원) 등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또 다른 상품들도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개인 투자자들은 S&P500 지수 외 또 다른 미국 증시 대표 지수인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나스닥100 지수는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종목들 가운데 시가총액 100개로 구성해 만든 지수다. 개인 투자자들은 ‘TIGER 미국나스닥100’을 3109억원 규모 순매수했고, ‘KODEX 미국나스닥100TR’를 1772억원 규모 순매수했다. 나스닥100 지수는 올 들어 17.1% 상승했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 개선에 힘입어 프리미엄이 높아진 미국 주식시장에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며 “특히 이익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빅테크 산업의 안정적인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2분기 실적시즌 이후 코스피 소외현상 해소될 수 있어”
이에 비해 코스피 지수는 올 들어 4.6% 오르는데 그쳤고, 코스닥 지수는 오히려 2.8% 하락하며 개미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20일 2022년 1월 이후 2년 5개월여 만에 2800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하루 만에 이를 반납했다. 꾸준히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미국 증시에 비해 코스피 지수는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형 ETF 중에선 코스피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을 가장 많이 사들이고 있다. 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200선물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음의 2배수로 추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1570억원 규모 순매수했다.
그나마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그간 하락폭이 컸던 2차전지 테마형 ETF 상품이다. 개인들의 매수세가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1420억원),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648억원), ‘KODEX 2차전지사업’(639억원), ‘TIGER 2차전지TOP10’(472억원) 등에 몰렸다.
증권가에서는 본격적인 2분기 실적 시즌에 들어가면서 국내 증시 소외 현상이 해소되고 국내 주식형 ETF에도 투자가 몰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7월부터는 본격적인 2분기 실적시즌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4~5월 수출 실적이 긍정적으로 집계된 가운데 이달에도 20일까지 수출이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호조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 역시 “하반기 코스피 지수는 상반기 변동성을 수반한 급등락, 레벨업된 박스권 등락을 뒤로 하고 금리 인하와 경기 모멘텀 회복 국면에 진입하며 상승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