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1957가구·2019년2월 준공) 아파트 단지에는 다주택자들이 늦어도 5월 말까지 팔아달라며 내놓은 초급매 물건이 쌓이고 있다. 5월 말까지 집을 팔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아낄 수 있고, 6월 말까지 팔면 보유세는 내더라도 양도세 중과(세율 40~50%)는 피할 수 있어 시세보다 최대 20% 내려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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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단지도 마찬가지다. 상가내 B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다주택자가 5월말까지 소유권 이전하는 조건으로 나온 매물이 5, 6개 나와 있다”며 “바로 계약하면 추가 조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에선 고점 대비 7억원까지 떨어진 초급매 아파트가 나와 화제가 됐다. 반포동 C공인 대표는 “7억 내린 26억8000만원 짜리는 현금 많은 자산가가 이미 사갔고, 지금은 28억원짜리 급매가 나와 있다”고 말했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아파트는 지난해 최고가인 34억원에 거래됐다. 최근1개월 평균 매물은 31억3704만원이다.고점에 비해 28억원짜리도 6억원 낮은 급매다.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바로미터 대치동 은마아파트 역시 절세를 위한 급매물로 17억2000만원짜리가 나왔다. 고점 대비 4억3000만원, 20% 떨어진 가격이다. 이들 아파트 가격은 층과 동, 향, 전망에 따라 저가 대비 로열층 가격이 15% 이상 차이 나지만 이를 감안해도 싸게 나온 급매물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하지만 좀처럼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 매도자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15억원 이상 고가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돼 살 여력이 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321건으로 집계됐다. 전월(8291건) 대비 절반가량 줄었다. 지역별로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등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많은 곳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12·16부동산규제 직전인 11월과 비교해 4개월 새 거래량이 최대 85%가량 감소했다.
다주택자들이 조급해진 것은 최소 6월 말까지 팔려야 수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절약할 수 있어서다. 이를테면 서울 대치동 사는 A씨(2주택자)는 2009년3월 ‘은마’를 9억원에 샀고 전세를 놨다. 전세보증금은 5억원이다. 6월말 전 시세 19억원에 팔면 양도세 3억2000만원을 내지만 이후에는 5억3000만원을 내야한다.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세금만 2억1000만원 더 내야 하는 상황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절세 매물이 많이 나오지만 15억원 이상 대출 금지로 매수자가 없는 상황이어서 급급매뿐만 아니라 초급급매가 출현할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는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지지만 강북에 이어 수도권으로 집값 하락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