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군 당국과 방위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철매-II 성능개량 양산 사업에 대한 소요를 재검토했다. 철매-II 성능 개량은 천궁 블록-Ⅱ 사업명이다. 당초 군은 7개 포대 분 200여발의 블록-Ⅱ 양산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사업 재검토 지시 이후 미사일방어(KAMD) 전력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양산 규모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합참은 지난 주 합동전략실무회의와 합동전략회의에서 이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22일로 예정된 합참의장과 각군 총장이 참석하는 합동참모회의에서 물량 조정 여부를 사실상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거치면 최종 확정된다. 블록-Ⅱ 양산 사업 총 예산은 2022년까지 9771억 원이다. 군 당국은 올해 천궁 블록-Ⅱ 양산 예산으로 1708억 원을 책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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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 블록-Ⅱ는 적 항공기 요격용으로 개발된 블록-Ⅰ을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개량한 것이다. 사거리는 40km 수준으로 고도 20km 이하에서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한다. 지난 2009년 합동참모회의에서 소요가 결정된 이후 지난 해 개발을 완료하고 ‘전투용적합’ 판정까지 받았다.
정부와 군 당국은 과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논란이 있을 때마다 도입 계획을 부인하면서 천궁을 내세웠다. 천궁 블록-Ⅱ와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등 국산 무기체계로 KAMD를 구축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사드 배치를 결정한 후에도 군은 ‘사드 →L-SAM→패트리엇(PAC-2·3)→M-SAM’으로 이어지는 4층 방공망을 설명해왔다. 이 다층방어망의 핵심으로 M-SAM인 천궁을 강조한바 있다. 게다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면서 KAMD의 구축 시기를 2020년대 중반에서 초반대로 앞당겼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한국형 3축 체계의 조기 구축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해 10월 천궁 블록-Ⅱ 양산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송영무 장관이 ‘방어자산보다 공격자산이 시급하다’며 사업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당시 이같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10년 동안 이어져 온 사업을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재검토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1월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선 사업의 재개가 결정됐지만, 송 장관은 의결 내용에 천궁 양산 이후 물량을 조정하는 수정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계약 체결 이후에도 국가가 임의대로 이를 조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업체들에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송 장관은 천궁 사업 중단 지시 내용을 외부에 발설한 사람을 색출하라고까지 했다.
이어 또 비판이 일자 천궁 사업은 ‘소요 조사 후 계약 체결’ 방식으로 바뀌었다. 소요를 재검토해 조정된 물량으로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것으로 이번 합참의 시뮬레이션을 통한 재검토는 이를 위한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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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현재 ‘공세적 신(新) 작전수행’ 개념을 수립하고 있다. 최단시간 내 최소희생으로 승리하기 위해선 방어보단 공격이라는게 송 장관의 생각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선제타격(킬체인)·미사일방어(KAMD)·대량응징보복(KMPR) 개념도 수정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9일 정부 업무보고에서 3월까지 새로운 작전수행 개념을 만들고, 한국형 3축 체계를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천궁 블록-Ⅱ 물량 조정 가능성이 제기됐다.
블록-Ⅱ 물량이 계획 대비 감소할 경우 공군의 전력공백은 불가피하다. 공군은 한반도 전역을 방어하기 위해 24개의 천궁 포대를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각 포대에 천궁 블록-Ⅰ과 블록-Ⅱ를 모두 배치해 적 항공기와 탄도미사일에 동시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를 믿고 투자한 업체들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천궁 무기체계 개발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 뿐 아니라 LIG넥스원, 한화시스템(옛 삼성탈레스), 한화디펜스(옛 두산DST), (주)한화, 현대·기아자동차 등 17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국방부는 “M-SAM 성능개량은 최근 진행한 소요 재검토 결과 성능과 비용대비효과 등을 고려해 최초 계획대로 전체 물량을 전력화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또 “2월초에 제109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관련사항을 보고하고 1분기에는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양산 계획에 따라 전력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