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수사 갈팡질팡…"'범정부적 합동수사 체계' 시급"

성주원 기자I 2025.01.09 05:20:00

[스페셜리포트]김기동 로백스 대표변호사·전 부산지검장
12·3 계엄수사 험난…검경수사권 조정의 민낯
중복 압수수색·동시 출석요구 등 혼선 극심
세분화된 수사 범위로 사건 전모 규명 어려워
"국가적 중대사건 대비 합동수사체계 제도화"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사진=김태형 기자)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전 부산지검장] 검찰, 경찰 그리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경쟁적으로 12·3 비상계엄 사건 수사에 뛰어들면서 극심한 혼선이 빚어졌다. 동일 장소에 대한 중복 압수수색, 동일인에 대한 동시 출석 요구, 심지어 같은 피의자에 대해 검찰과 공수처가 중복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직접적인 원인은 수사 과정에서 혼란을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입건되고 관련 부처 장관들 또한 이 사건과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누구도 혼란을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 입법의 영향이다. 이 입법을 통해 권력 남용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이 개정했고 죄명과 범죄 유형을 세세히 규정해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제한했다.

그 결과 법전을 보지 않고는 각 기관의 수사 범위를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체계가 됐다. 예컨대 사기죄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지만 절도죄나 사문서위조죄는 경찰만이 수사할 수 있다. 마약류 공급사범은 검찰이 수사할 수 있지만 투약사범은 경찰의 전담이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특정 유형의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수사 현실과 맞지 않는다. 수사는 가변적인 사실을 다룬다. 절도범을 수사하다가 강도, 마약, 사기, 사문서위조 등의 여죄가 드러나는 경우는 흔하다. 이번 사건처럼 비상계엄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조사할 때 죄명별로 쪼개어 수사하는 방식으로는 범죄의 동기와 목적, 범행의 배후를 포함한 사건의 전모를 규명하기 어렵다.

이번 비상계엄 사건이나 9·11 테러,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각 수사기관이 협의해 ‘범정부적 합동수사 체계’가 즉각 작동해야 한다. 법조문을 놓고 권한 범위를 따지며 기관 간 수사 범위를 조정할 여유가 없다.

국가는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며 이를 위해 수사기관과 검찰이 협력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다. 수사는 재판을 준비하는 단계로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수사는 무의미하다. 이미 검찰과 경찰 간 협력체계가 약화되면서 국민들이 제기한 고소·고발 사건 처리가 장기화되는 등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

이번 비상계엄 사건 수사를 둘러싼 혼선은 관련 법률의 재정비 필요성을 일깨웠다. 입법의 최우선 목표는 국민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고소·고발한 사건이 신속히 처리되도록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각 기관이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라는 목표 아래 협력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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