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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불장'에 개미 떠날라…거래대금 늘었지만 떨고 있는 증시

김인경 기자I 2024.01.12 06:00:00

美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이더리움 등도 급등
코스피 8.9조·코스닥 10.2조 거래대금 회복했지만
코인 급등세에 나타나면 개인 이탈 불가피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어닝쇼크 등 분위기도 침체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사그라지며 코스피가 2500선까지 밀린 상황에서 가상자산(코인) ‘불장’이 펼쳐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쪼그라든 거래대금이 회복세를 보이기 무섭게 개인투자자들이 또다시 코인으로 이탈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닥 시장에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사진=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증시 거래대금 늘자마자…코인 불장 오나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10조7570억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코스피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8조9588억원으로 지난 12월(9조3290억원) 보다 3.97% 줄어들었지만 일 평균 거래대금이 8조원 초반에 머물던 9~11월보다는 거래가 원활한 분위기다.

코스닥도 비슷하다. 이날 코스닥 거래대금은 10조1273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닥의 이달 일 평균 거래대금은 10조2212억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12월(9조5753억원) 보다 6.75% 증가했다

하지만 거래대금이 늘어나자마자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이제 하나의 자산시장으로 인정받을 만큼 성숙한 코인 시장이 현물ETF 상장으로 상승기를 앞두고 있어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 가상자산거래소에서만 가능했던 비트코인 거래가 주식이나 뮤추얼 펀드처럼 쉽게 이뤄지는 만큼, 비트코인은 물론 코인 시장의 전반적인 기반이 확대하리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이더리움이나 리플, 솔라나, 이더리움클래식 등 다른 코인도 전날 대비 두자릿수 급등세를 탄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코인시장이 높은 수익률을 보이기 시작하면 다시 개인투자자들이 이탈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개인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의 자금이탈이 우려스럽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은 코인의 첫 번째 불장인 2017년 11~12월 코스닥에서 2조5392억원을 찾았다. 이어 비트코인이 7000만원선을 육박하던 지난 2021년 10~11월에도 개인은 코스닥에서 5272억원을 순매도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인을 높은 변동성 때문에 신뢰하지 않는 투자자도 있지만, 급등세가 시작되면 투자자들이 몰려갈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는 국면에선 극위험자산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내외적 악재 이어지는 증시…반도체·해외수주 관련株 ‘기회’

증시를 둘러싼 상황도 좋지 않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지난달보다 꺾인 상태다. 삼성전자(005930)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도 줄줄이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오는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67.6%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90%를 육박했지만, 현재는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약해진 것이다.

게다가 삼성전자(005930)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도 줄줄이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2조8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증권가 컨센서스(3조7411억원)를 25.16% 밑돈 금액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컨센서스를 46.33% 하회하는 3382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게다가 4분기는 ‘일회성 비용’이라는 변수까지 있다. 임직원 상여금이나 성과급, 퇴직금 등 인건비부터 인수합병(M&A) 대금이나 리콜 등 비용까지 반영된는 경우가 많아 무더기 어닝쇼크 가능성도 열어둬야 하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리테일 담당 임원은 “코인 시장의 강세가 어느정도 갈지 장담할 순 없다”면서도 “굳이 코인이라는 대체재가 아니더라도 개인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증시에 접근할 수밖에 없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주가지수와 경기 모멘텀의 둔화, 미국의 정책변경(피봇)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증시 호조가 지속하기 쉽지 않다”며 “중동이나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서서히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특히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다. 관세청은 1월1∼10일 수출액이 154억3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1.2% 늘었다고 이날 밝혔다. 반도체 수출이 25.6% 늘며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건설투자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 등 경기하강 요인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상당히 높은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면서 “시스템 리스크로의 확산 가능성은 덜어도 될 듯하며 수출이 늘어나는 반도체나 해외 수주가 기대되는 인프라·방산·원전 관련주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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