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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내 호텔 돕자… 팔 걷어붙인 홈쇼핑 업체들

김무연 기자I 2020.06.20 08:00:00

롯데·신세계·GS, 계열 호텔 상품 홈쇼핑 통해 판매
특급호텔, 브랜드 훼손 등으로 홈쇼핑 판매 꺼려해
코로나19로 실적 급감하자 홈쇼핑과 맞손
목표 대비 판매액 250% 달성하는 등 효과 톡톡

신세계TV쇼핑의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판매 방송 중 한 장면(사진=신세계TV쇼핑)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홈쇼핑 업체들이 속속 호텔 숙박권 판매에 나서고 있다. 불황의 늪에 빠진 그룹 계열의 호텔들을 돕기 위한 차원이다. 업계에서는 호텔 숙박권의 주요 판매 채널이 아니었던 홈쇼핑까지 이용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세계TV쇼핑은 20일 밤 11시 30분과 21일 저녁 7시 25분 2회에 걸쳐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의 숙박권 특집방송을 진행한다. 해당 호텔은 신세계조선호텔에서 운영하고 있는 4성급 호텔이다. 신세계TV쇼핑과 신세계조선호텔 모두 이마트를 최대 주주로 둔 계열사다.

신세계조선호텔에서 자사 호텔 숙박권을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서울 웨스틴조선 비즈니스 디럭스 1박권, 부산 웨스틴조선 디럭스룸 오션뷰 1박권, 오는 8월 신규 오픈하는 그랜드 조선 부산 디럭스 오션뷰 1박권 등도 경품으로 내걸었다.

지난달 24일 GS리테일의 호텔 계열사 파르나스호텔 역시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5성급 특급 호텔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숙박권을 GS샵 홈쇼핑 방송을 통해 판매했다. 서울 시내 5성급 호텔 숙박권이 홈쇼핑을 통해 판매하는 것 역시 전례가 없다. GS리테일과 GS샵을 운영하는 GS홈쇼핑은 모두 GS를 대주주로 두고 있는 GS 그룹사다.

롯데홈쇼핑 또한 지난달 롯데그룹의 호텔 계열사인 호텔롯데가 운영 중인 ‘L7’의 숙박권을 판매했다. L7은 호텔롯데의 부티크 호텔 브랜드로 롯데호텔보다는 낮고 롯데시티호텔보다는 높은 4.5성급을 표방하고 있다. 당시 홈쇼핑 방송에서 L7 홍대 루프탑과 롯데홈쇼핑 양평동 본사 스튜디오를 이원 생중계로 연결해 호텔 전경을 전달하며 고객을 끌어모았다.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서울(사진=GS홈쇼핑)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으로 객실 점유율이 급감하면서 부득이하게 홈쇼핑 채널로 눈을 돌린 것이라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 중이던 지난 4월 서울 시내 주요 특급 호텔의 객실점유율은 60~70%에서 10~30%로 곤두박질친 상태다. 여름 휴가 시즌이 돌아왔지만 여전히 예약률은 전년 대비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호텔롯데, 신세계조선호텔, 파르나스호텔 모두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호텔롯데의 경우 지난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30% 감소한 9284억원을 기록했고 3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냈다. 신세계조선호텔 또한 14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대비 적자 폭을 키웠고, 파르나스호텔 역시 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홈쇼핑 상품으로 나온 순간 일반 소비자들도 폭넓게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 고급 호텔이 갖는 브랜드 이미지가 희석돼 그동안 특급 호텔들이 홈쇼핑을 통해 숙박권을 판매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라면서 “코로나19로 외국 관광객 수요가 사실상 끊겨 내국인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홈쇼핑을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는 별개로 각 호텔들은 홈쇼핑을 통해 상당한 판매고를 올렸다. 롯데홈쇼핑에서 판매한 L7 숙박권의 경우 총 80분 방송에 52분만에 매진으로 방송을 종료했다. 주문 건수는 7700건, 주문금액은 6억원을 기록하며 기존 목표 대비 250%를 달성했다. GS샵 또한 모바일과 인터넷몰에서 미리 주문을 포함해 총 1만8000건의 주문 건수를 기록했다.

홈쇼핑 관계자들은 계열사 지원보다는 늘어나는 호캉스(호텔+바캉스, 도심 호텔에서 휴식을 즐기는 여가 방식) 수요에 발맞춰 상품을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을 일방적으로 돕는 게 아니라 홈쇼핑으로서도 이색상품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윈윈(WIn-Win) 전략이란 설명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호캉스 트렌드가 자리잡아 가는 가운데 소비자의 이목을 끌만한 이색 상품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호텔 숙박권을 선보이게 됐다”라면서 “호텔 상품을 출시한 것은 코로나19로 호텔이 어려워진 것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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