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피벗’ 나선 캐나다…전세계 중앙銀 자신감 북돋았다

김상윤 기자I 2024.06.06 08:23:52

G7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금리인하
금리 5.00→4.75%→미국과 금리차 75bp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합리적인 일"
유럽·영란은행도 이번주 ‘피벗’ 가능성↑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이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피벗(긴축정책서 전환)에 나섰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통화가치 하락 리스크가 있음에도 과감한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을 비롯해 영국중앙은행도 이번주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질 정도로 글로벌 금리 인하 물꼬를 튼 것으로 해석된다.

금리 5.00→4.75%→미국과 금리차 75bp

캐나다은행은 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5.00%에서 4.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팬데믹 발발 직후인 지난 2020년 3월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피벗에 나선 것으로, G7 중앙은행 중 먼저 통화정책 변경에 나섰다. 캐나다은행은 지난해 3월 금리동결에 나서는 등 글로벌중앙은행 중 선제적인 통화완화에 나선 이후 그해 6월 다시 기준금리를 깜짝 인상한 바 있다.

캐나다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캐나다은행은 이미 금리 인하에 나섰어야 했다. 캐나다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은 지난 2022년 6월 8.1%까지 올랐으나, 지난 4월 2.7%로 둔화했다. 여기에 캐나다 경제도 지난 몇달간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7%로, 시장 예상치 2.2%를 밑돌았고, 4월 실업률은 6.1%로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자칫 지나친 긴축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캐나다은행은 그간 신중론을 펼쳐왔다. 미국이 올 들어 인플레이션 고착화 현상을 보이면서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고 금리인하 폭도 줄인 탓이다. 자칫 먼저 피벗에 나설 경우 미국과 금리차로 인해 캐나다달러가치가 뚝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금리인하로 미국과 금리차는 75bp(1bp=0.01%포인트)로 확대됐다.

하지만 캐나다은행은 자신감을 보였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 총재는 미국과 보조를 맞출 필요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맥클렘 총재는 “우리는 한계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명확한 선(금리차)가 있는 것은 아니며, 역사를 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캐나다경제 상황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맥클렘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추가적이고 지속하는 증거가 나오면서 더는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맥클렘 총재는 심지어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도 키우면서 완벽한 ‘비둘기’ 색채를 보였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둔화세를 지속하고 2% 인플레이션 목표를 향해 지속해 둔화할 것이란 우리의 확신이 커진다면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지나치게 빨리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글로벌 긴장이 고조되거나 캐나다의 주택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거나 생산성에 비해 임금 상승률이 높게 유지되면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영란은행도 이번주 ‘피벗’ 나서나

캐나다은행이 먼저 ‘피벗’에 나서면서 다른 중앙은행도 금리를 인하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올해말로 미뤄지긴 했지만, 여러 복수 국가에서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특정국가의 통화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몬트리올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더그 포터는 “더 많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면 특정국가의 통화절하가 집중될 가능성이 줄어든다”면서 “다른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라고 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오는 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잉글랜드은행 역시 깜짝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연초 인플레이션 고착화 현상이 나타났지만, 지난 4월 물가 둔화세가 일부 확인되면서 이르면 9월 금리인하가 예상된다.

물론 맥클렘 총재가 지나치게 자신감을 표하면서 캐나다달러 약세를 용인했다는 지적도 있다. 노바스코샤 은행의 데릭 홀트는 “맥클렘 총재는 캐나다달러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하게 들렸다”며 “훨씬 더 많은 통화 약세를 용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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