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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들이 원유 증산에 합의한 상황인데다 달러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 유가는 반등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원유 가격의 주도권은 공급을 움켜쥔 산유국에 있기 때문에 유가가 폭락하도록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그냥 두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 美·中 수요 둔화 우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2.64% 하락한 배럴당 66.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장중엔 4.6%까지 추락하며 65.15달러까지 밀려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WTI는 지난주에만 7.7% 급락, 작년 10월 마지막 주(-10.2%)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브렌트유, 두바이유(현물)도 각각 지난주 6.3%, 4.3% 하락했다.
국제유가 급락세는 델타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번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석유시장의 가장 큰 도전은 코로나19를 둘러싼 불확실성”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 1, 2위인 미국, 중국의 원유 수요 둔화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4일(현지시간) 전주 원유 재고가 360만배럴 증가했다고 밝혀 시장 예상치(290만배럴)를 웃돌았다. 반면 휘발유는 재고가 530만배럴 감소, 예상치(140만배럴)를 넘어선 감소폭을 보였다. 엇갈린 재고 속에 미국 내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훌쩍 웃돌면서 원유 수요 감소를 자극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애플, 웰스파고, 블랙록 등에서도 재택근무 연장 조치가 나타나는 흐름이다.
중국 신규 확진자 수가 9일 125명으로 전일(96명)보다 증가했다. 절대 수치만 보면 다른 나라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하지 않으나 중국 당국의 ‘코로나 제로’ 전략으로 여행 금지, 대중교통·택시 제한 등 과감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원유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ING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원유수입량은 일일 평균 970만배럴로 6월(980만배럴)보다 감소했을 뿐 아니라 1년 전(1210만배럴)보다 20% 가까이 감소했다. 올 들어 7월까지 누적으로 보더라도 전년 동기보다 5.6%가 줄어들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이 9일(현지시간)올해 중국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모건스탠리는 8.7%에서 8.2%로, 골드만삭스는 8.6%에서 8.3%로 하향 조정했다. 그밖에 JP모건은 9.1%에서 8.9%로, 노무라는 8.9%에서 8.2%로 낮췄다.
◇OPEC플러스 증산 합의했으나…수요 급감하면 되돌릴 수도
반면 지난달 23개국으로 구성된 OPEC 플러스는 8월부터 매달 40만 배럴씩 생산량을 늘리는 증산에 합의했다. 원유 증산은 내년 9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원유는 증산하는데 수요는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유가 하락 심리를 부추겼다.
여기에 달러 강세까지 겹쳤다. 달러 강세는 원유 등 원자재 투자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 7월 비농업 일자리 수가 94만3000명으로 예상치(84만5000명)를 웃도는 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이 부각되자 달러인덱스는 93으로 높아졌다.
단기적으로 유가는 반등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이번 주 발표되는 OPEC 월간 보고서, EIA 등의 원유재고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이 수요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는지, 하향 조정하는지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수요가 둔화하더라도 유가가 크게 폭락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DNB마켓의 엘지 안드레 마틴센 선임 원유 전문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델타 확산과 OPEC 증산으로 시장이 약해질 수 있지만 여전히 공급 부족 상태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PVM 오일 어소시에이츠 분석가 스티븐 브렌 녹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올해 강력한 수요 증가는 여전하다”며 “OPEC는 여전히 석유 방정식에서 공급 측면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가 감소하면 OPEC플러스가 합의한 증산 규모에도 조정이 이뤄지면서 산유국들이 유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심리가 발동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