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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진 1분기 실적개선株…'최정예' 가리는 3가지 방법

고준혁 기자I 2021.03.25 00:10:00

상장사 61% 전달比 1분기 영업익 컨센 개선…전년比 82%
美 10년물 1.6%대로 급등해 高밸류 종목에 '의구심'
"실적 개선 대안 많다보니 오히려 低밸류가 중요"
선구자 애널·FCF 양호로도 '여과' 가능
롯데케미칼, HMM, POSCO, 기아차 등 조건 부합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1분기 실적 시즌이 코앞 다가오면서, 코스피가 지루한 횡보세를 벗어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기업 대부분이 실적 개선을 보이자 실적주에 대한 희소성이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가운데 ‘더 뛰어난’ 종목을 찾아야 추가 수익을 낼 확률을 올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밸류에이션이 낮고 현금이 많으며 실적 추정치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값을 제시한 애널리스트가 있는 기업이다.

상장사 82.9% , 1분기 실적 전년比 개선 전망

2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관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 134곳 중 83곳(적자축소 포함)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개선됐다. 약 61.9%에 해당한다. 전년 대비로 기준 시점을 바꾸면 상황이 나아진 기업은 더 많아진다. 111곳으로 82.8%다. 10곳 중 8곳이 상장사가 지난해 1분기 대비 이익이 증가한 셈이다.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구간의 첫 관문인 1분기 실적 시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느 시점에서 보든 간에 개선 여부 자체다. 다만 개선 기업이 많을수록 투자자가 초과 수익을 낼 만한 기업은 되레 줄게 된다. 소수의 실적 개선기업에만 수급이 몰려야 주가가 오르는데, 모두가 실적이 좋아지면 수급이 흩어져 주가 상승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실적 외 추가적인 평가 기준을 가미해 투자 범위를 좁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월엔 PER 111배 허용, 지금은 62.5배

가장 우선으로 꼽히는 추가 조건은 낮은 밸류에이션이다. 24일(현지시간) 오전 2시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601%를 기록 중이다. 지난주 1.7%대를 치솟았을 때보단 진정되는 모양새지만 올 초 0.9%대와 비교하면 3개월 만에 약 70bp(1bp=0.0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이는 주식시장에 대한 매력을 낮춘다.

채권시장을 기준으로 보는 주식시장의 매력은 일드갭(Yield Gap)으로 책정할 수 있다.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수인 주식 기대수익률에서 확정부 이자율(주로 3년물 국고채 금리)를 뺀 값이다. 크면 클수록 주식에 대한 매력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이를 뒤집어 보면 ‘일드갭이 0 이하로 떨어지면 주식시장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확정부 이자율로 미 국채 10년물을 넣고 일드갭을 0으로 하면 역으로 PER가 산출된다. 1월 초 금리가 0.9%일 땐 PER는 111배지만 현 1.6%로 할 땐 62.5배가 나온다. 즉 1월엔 PER 111배 수준이 용인됐지만, 지금은 62.5배 위로 올라가면 오히려 채권보다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내 금리 상황은 다르지만 밸류에이션이 높은 기업이라면 아무리 실적이 잘 나온다 해도 시장에 외면당할 수 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을 보면 이익의 양뿐 아니라 증가하는 대상도 매우 많은 환경”이라며 “대안이 많아지다 보니 실적이라는 변수도 물론 중요하지만 조금 더 높은 잣대로 볼 필요가 있는데, 낮은 밸류에이션 지표가 오히려 더 중요한 시기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구자 애널 있는 종목·FCF 크게 는 곳도 주목

이익 추정치 컨센서스 대비해서 소수의 애널리스트가 월등히 높은 전망치를 내놓는 종목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대부분 이러면 선구안을 가진 애널리스트가 먼저 실적 전망을 올리고 추후 나머지 애널리스트가 이를 따라 컨센서스 자체가 올라가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잉여현금흐름(FCF)이 전년 대비 늘어난 곳도 눈여겨봐야 한단 주문도 있다. 경기 침체로 긴축 경영을 잘한 기업은 회복기를 맞이해 그간 쌓은 자금으로 자본적 지출(CAPEX)을 크게 늘릴 확률이 높아서다. 단 회계처리를 더 보수적으로 했다고 평가되는 ‘발생액(Accrual·당기순이익-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이 반대의 경우보다 양호하다고 분석된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과 유사한 과거 시점은 유가 급락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던 2015~2016년”이라며 “당시는 FCF가 저조하면서도 투자활동이 감소했지만, 2017년부터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했다”라고 전했다.

이날 에프엔가이드에서 집계된 134곳의 상장사 중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전달 및 지난해 동기 대비 모두 상향 조정된 기업은 58곳이다. 이중 12개월 선행 기준 PER이 10배 이하는 20곳으로 추려진다.

이들 가운데 이번 1분기 영업이익 전망 컨센서스와 전망치 최댓값과의 격차가 20% 이상 벌어지는 곳은 LG이노텍(011070), 금호석유(011780), 롯데케미칼(011170), HMM(011200), 풍산(103140), LG디스플레이(034220), 한국금융지주(071050), 삼성엔지니어링(028050), 키움증권(039490), POSCO(005490) 등 10곳이다. 롯데케미칼, HMM, POSCO는 김상호 연구원이 꼽은 ‘이익의 질이 좋으면서 FCF가 증가한 기업에도 속한다. 이밖에 기아차(000270) 역시 위 기준에 대부분 부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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