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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반도체클러스터 원삼면 주민들 ″땅 투기 대응? 경기도·용인시 ′뒷북행정′ 종합선물세트죠″

정재훈 기자I 2021.03.21 09:34:17

수년전 문제제기 했지만 지자체 관심無
″어쩔수없이 조사한 결과″ 주민들 불신
투기세력 장악 1년뒤 거래허가구역 지정
주민들, 당시 경기도 발표에 ″개도 웃을 일″

[용인=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공무원들 땅 투기 의심된다고 누차 문제제기 했을땐 콧방귀도 안뀌더니 이제서야 조사했다고 하는 꼴이 우습네요.”

경기도와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국내 최대규모 반도체클러스터 예정 지역에 대해 용인시가 밝힌 공무원 토지 보유 현황 발표를 본 주민들의 의견이다.

3기신도시에 대한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이 지자체로까지 확산하는 상황에서 경기도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최대규모의 반도체클러스터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용인시까지 ‘땅 투기 의혹’이라는 파문이 번지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청.

시청 앞 광장에서는 원삼면 일대 주민들이 바람을 맞으며 용인시 조사결과에 대한 불신에 더해 모든 제기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 시간 백군기 용인시장은 실내에 마련된 생방송 송출 설비를 통해 원삼면 일대 반도체클러스터 예정지역에 대한 공무원들의 토지 보유 현황을 자체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용인시 소속 공무원 6명이 원삼면 일대 토지를 취득했으며 이중 3명은 투기가 의심돼 수사의뢰한다고 했다.

지난 18일 용인시청 앞 광장에서 원삼면주민들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개발사업 관련 공무원의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정재훈기자)
이날 백 시장이 투기가 의심된다고 밝힌 공무원은 3명 이었지만 주민들은 자체 조사한 투기 의심사례가 30명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시장과 주민이 같은 시간 비슷한 사안을 두고 발표한 내용이 마치 실내와 실외로 나뉘어진 발표 장소의 온도차와 같이 큰 차이를 보였다.

원삼주민통합대책위원회에 몸 담고 있는 한 주민은 “2016년 쯤으로 기억하는데 원삼면 일대 땅을 내놓으면 내놓는 족족 외지인들이 알뜰히도 싹싹 쓸어갔고 땅 값도 오르기 시작했다”며 “그러고 나서 1년이 훌쩍 지나 항공사진이 포함된 수용 예정부지 도면이 원삼면 일대에 나돌기 시작했는데 지금 알고보니 그게 용인반도체클러스터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 첫번째 합동 조사결과를 내놓은 당일 3기신도시 고양 창릉지구를 찾은 기자가 만난 주민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한 주민은 “창릉지구 발표 6개월 전부터 도민이 나돌기 시작했는데 급기야 최종 발표 당시에는 어떤 땅이 빠지면서 대신 어디가 포함된다고 했던 소문까지 딱 들어 맞았다”고 말했다.

공무원이나 LH 직원들 처럼 먼저 정보를 듣고 땅을 살 수 있는 것 보다 용인 원삼면 주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건 따로 있었다.

지금의 이런 투기의혹을 수년전부터 제기했음에도 그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가 이제서야 자체 조사한다고 나서는 행태다.

박지영 원삼주민통합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은 수년전부터 이같은 땅 투기 의혹의 해결을 위한 강제수용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해왔지만 지자체의 안일한 태도로 유야무야 덮였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이날 2016년 이후 지가 상승이 가장 많았던 수용 예정지 경계를 중심으로 반경 1㎞ 내 토지거래를 조사해 약 200여 건의 투기로 의심되는 정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원삼면에서 물류창고를 운영하는 A씨는 “정확히 뭔지는 몰랐지만 약 5년 전부터 이 일대에서 대형사업이 진행된다는 말은 돌았는데 최근 2년 사이 땅 값이 3배 이상 올랐다”며 “정작 반도체클러스터 개발사업 발표 이후엔 땅으로 돈을 벌 만큼 번 탓인지 변동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뒷북행정 또한 주민들의 화를 키웠다.

경기도와 용인시에 따르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사업에 대한 주민공람공고가 2019년 3월 29일에 있었고 도는 이보다 6일 앞선 23일 원삼면 전지역 60.1㎢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발표할 당시 도는 “원삼면 일원은 올 초부터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입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기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방문이 급등하는 등 부동산 투기 조짐이 보이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원삼주민통합대책위원회는 물론 원삼면 주민들에 말에 따르면 2019년 3월은 용인반도체크러스터 개발사업에 의한 수혜를 노린 투기 세력들이 이미 땅을 다 사들이고 나서도 1년이 더 지난 뒤다. 2019년 초부터 ‘투기조짐’이 있다는 도의 설명 내용을 두고 A씨는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라고 비꼬았다.

박지영 위원장은 “지자체 공무원들이 투기 의혹을 받는데 같은 식구들끼리 조사해서 내놓은 결과를 주민들이 믿을 수 있겠냐”며 “국토부는 물론 LH에 대한 정부의 조사도 신뢰할 수 없는 것 역시 같은 이유인 만큼 모든 의혹을 샅샅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H發 `신도시 땅투기 의혹`

- “정부에 뒤통수 맞았다”…3기신도시 분양가 불만 쇄도 - LH, 비상경영회의 개최…“하반기 경영혁신 본격화” - 국토부 “3기신도시, 보상 차질 없어…청약 계획대로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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