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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베트남 아내 폭행, 이주여성 프레임으로 봐선 안돼"

황현규 기자I 2019.07.12 06:16:00

이주여성단체 ''톡투미'' 이레사 페라라 대표
"베트남 아내 사건, 이주 여성 프레임으로 봐선 안 돼"
"긍정적 이주민 이미지 만들어야"
"이주민은 거지 아니야…자립할 수 있다"

이주여성 자립 단체 ‘톡투미’ 대표 이레사 페라라. 지난 9일 그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뒤에는 톡투미 소속 이주 여성들이 만든 민속 인형들이 전시돼있다. (사진=황현규 기자)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어디를 가나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시장을 가도, 식당을 가도 받는 단골 질문이다. 늘 “경기도 안양”이라고 답한다. 100명 중 99명은 되묻는다. “어디라고요?” 웃으며 다시 또박또박 대답한다. “대한민국 경기도 안양요.”

검은 피부, 숯검댕이 눈썹, 새까만 머리카락까지 누가 봐도 외국인인 이레샤 페라라(45)씨. 이주민 여성 자립단체 `톡투미`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스리랑카 출신 한국인이다. 그에게 안양은 제2의 고향이다. 20년 전 안양에 정착해 2009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지금까지 안양에 살고 있다. 옷 디자이너로 일하던 이레샤씨는 한국에 온 지 이듬해 남편과 눈이 맞아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1학년 아들 두 명을 키우는 학부모이기도 하다.

이레샤 대표를 서울 용산구 갈월동 톡투미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조사 하나 틀리는 법이 없이 20년 경력의 완벽한 한국어를 쏟아냈다.

◇20년 살아도 여전히 이방인…언제까지 우리는 손님이죠?

최근 이레샤 대표는 톡투미 활동보다 베트남 아내에 대한 질문을 더 자주 받는다. 전남 영암에서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이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당한 사건 때문이다. `이주민 여성이 폭행에 많이 노출돼 있나`, `적응하는 데 무엇이 가장 힘든가`, `이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등이다. 그러나 그는 이 질문이 내심 불쾌하다. 고향이 안양이라고 답하듯 쉽게 웃으며 말할 수 없다. 이레샤씨는 “마치 선 긋기 하듯이 이주민 여성사건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면 안 된다”면서 “이주민 여성 문제를 넘어 폭력적인 남편·아동 학대·미흡한 신고 등 사회적인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주민도 한국인으로 봐주는 데서 문제 해결이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이주민을 이방인이 아닌 가족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레샤는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이주민이 어떻게 한국에 적응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주민을 어떻게 한국에 적응시킬 지보다 한국 사회가 어떻게 이주민을 보고 보고 있는 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레샤 대표가 운영 중인 톡투미 협동조합. 사무실은 용산구의 허름한 건물 3층에 위치해있다. 손바닥 두개만한 간판이 전부다. (사진=황현규 기자)


◇“이주민 스스로도 노력해 브랜드 바꿔야…”

이레샤 대표는 △무능력 △가난 △나약으로 대표되는 이주민의 브랜드를 긍정적인 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한국 사회가 이주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레샤씨는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며 밥벌이하는 이주민도 많은데 왜 그런 선입견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베트남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일종의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했다.

이레샤씨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을 브랜드화의 첫 걸음으로 꼽았다. 그는 “인도의 음식인 카레가 한국에서 친숙해지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오뚜기 3분 카레’”라며 “3분 만에 뚝딱 해 먹을 수 있는 상품이 나온 이후 더 이상 카레를 낯설게 생각하지 않게 됐다. 이것이 브랜드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이레샤씨가 2013년 설립한 톡투미는 이주민 브랜드 변화에 힘을 쓰고 있다. 요리, 뜨개질 특기자 등 이주민 여성 150여명이 회원으로 있는 톡투미는 전통 인형·복장 등을 판매해 수익을 얻거나 반찬 등을 만들어 이웃에게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한다. 최근에는 직접 김장김치를 담가 아동 센터에 전달했다. 이레샤 대표는 “우리도 밥벌이 할 수 있다는 사실과 이웃이라는 사실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레샤씨는 앞으로도 이주민 단체가 많이 생기길 기도한다. 한국 사회가 이주민을 선입견 없이 바라볼 수 있도록 이주민 스스로도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며 “언제까지 도움을 받기만 할 건가. 우리도 똑똑하고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줄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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