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유암코 전문성에 흠집 낸 대표 인선

김정남 기자I 2019.03.14 06:00:00

실무경험 없는 김석민 내정
사진·경력조차 찾기 힘들어
靑 출신 황현선 낙하산 논란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부실채권(NPL)을 관리하는 연합자산관리(유암코)는 일반인에게 생소할지 모른다. 하지만 결코 만만한 조직이 아니다. 국내 첫 민간 배드뱅크(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관)라는 이력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당시 은행권의 공동 출자로 5년 한시조직으로 태어났다가 현재 영구기구가 된 것은 시장에서 그 실력을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유암코는 지난해 전체 NPL 매각 물량의 약 43%(2조570억원)를 인수했다. NPL 시장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선두주자다. 정부가 미처 들어가지 못한 시장까지 침투해 영역을 확장했던 결과다. 거기에 더해 최근에는 기업 구조조정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그 핵심 키워드는 ‘전문성’이다. 유암코는 스스로를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전문가로 구성된 소수정예를 추구하는 조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최근 유암코의 차기 대표이사 인선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유암코가 오는 15일 이사회를 통해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할 인사는 김석민(58) 전 우리금융지주 상무. 기자가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김 전 상무의 내정 소식을 확인한 때가 지난 12일 아침께다. 이후 취재의 완성도를 위해 그의 사진과 경력을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뚜렷한 정보를 들을 수 없었다. 1982년 은행원 생활을 시작해 우리은행에서 부장까지 지냈고, 2금융권인 우리종금에서 상무를 역임했다는 정도가 전부다. “누군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금융 전문가시장에서 제대로 검증을 받은 적이 없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기관장급 인사치고는 매우 이례적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김 전 상무가 구조조정 실무 경험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성규 현 대표이사 후임 인선은) 윗선의 뜻이 반영되지 않았겠냐”고 했다. 유암코의 주요 출자사인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은 으레 낙하산으로 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성규 이후’를 준비해야 할 유암코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에 안타까운 일이다.

차기 상근감사로 내정된 황현선 전 청와대 행정관의 경우 논란의 강도가 더하다. 문재인캠프에서 일했다는 점은 둘째치더라도, 금융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치인 출신인 탓이다. 또다른 금융권 인사는 “‘낙하산 감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전문성이 인사의 기준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바뀌는 건 아니다”고 일갈했다.

요즘 정가를 뒤덮은 화두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손에 잘 안 잡히는 여야간 거대담론 싸움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 수면 아래,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당연하게도 자리 나눠먹기가 횡행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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