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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돋보기] ‘20대 국회’ 새누리당도 필리버스터에 나선다?

김성곤 기자I 2016.04.23 08:00:00

새누리당 총선 참패로 20대 국회 소수 여당 전락
野, 20대 전반기 국회의장 유력…쟁점법안 직권상정 가능
2월 국회 필리버스터 상반된 입장…20대 국회서 정반대 돌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발해 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광진, 은수미, 이종걸, 정청래 의원(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소수 여당은 힘이 없습니다. 야당이 직권상정을 강행한다면 새누리당은 온몸으로 결사저지에 나설 것입니다. 거대 야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에 맞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필리버스터는 거대 야당의 의회독재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입니다. 새누리당의 호소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날로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방청석에는 표를 구하지 못한 지지자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새누리당 OOO 의원)

“새누리당의 필리버스터는 총선 민의를 왜곡하는 전형적인 발목잡기입니다. 19대 국회 막바지 야권이 인권침해 요소가 가득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에 나선 것과는 180도 다른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경제위기에도 아랑곳없이 보름째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면서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정치쇼에 불과합니다. 새누리당은 하루 빨리 필리버스터를 종료하고 원만한 국회운영에 협력해야 합니다.”(더불어민주당 OOO 의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요?

필리버스터는 야당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지난 2월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발한 더민주는 국회선진화법 규정에 따라 47년 만에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전략은 적중했고 초반 결과는 대박이었습니다. 첫 타자로 나선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시간 32분간 발언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장 발언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같은당 은수미 의원은 24일 오전 2시 30분부터 오후 12시 48분까지 무려 10시간 18분간 발언하면서 국내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깼습니다. 두 사람은 필리버스터 정국 초반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며 야권의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아울러 39번째 마지막 주자로 나선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기존 정청래 의원의 11시간 39분 기록을 깨고 12시간 31분 동안 마라톤 발언을 이어가며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총선참패 與, 野 주도 국회서 필리버스터 선택하나?

20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의 필리버스터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유는 총선결과와 차기 대선을 앞둔 야권의 선명성 경쟁입니다.

20대 총선에서 여당의 과반은 붕괴됐습니다. 새누리당은 수도권과 영남에서 참패를 당하며 122석을 얻는데 그칩니다. 더민주는 수도권 압승과 영남 선전을 바탕으로 123석을 얻으면 원내 제1당의 지위를 차지합니다. 국민의당은 38석을 얻으며 제3당 체제를 확고히 합니다. 이밖에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입니다. 야권 의석을 합치면 과반을 훌쩍 넘는 167석입니다.

여소야대를 고려할 때 국회운영의 주도하는 국회의장은 야권에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은 쟁점법안의 본회의 직권상정이라는 막강한 권한이 있습니다. 향후 여야 원구성 협상을 거치면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상임위 배분에서도 야권이 우위를 차지하고 개별 상임위 역시 여소야대 구도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에서는 야권이 주요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새누리당이 반발할 공산이 큽니다. 대표적인 게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문제입니다. 20대 국회가 들어서면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국정교과서 폐기결의안’ 추진할 태세입니다.

아울러 야권이 테러방지법의 개정 또는 폐지에 나서거나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의 개입 논란,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등을 쟁점법안으로 선정, 밀어붙이기에 나설 경우 여권이 강력 반발할 수도 있습니다.

◇20대 국회서 여야, 필리버스터 입장 180도 바꿀까?

또 있습니다. 세월호 문제입니다. 야권은 세월호 특별조사위 활동 기간 연장을 골자로 한 세월호특별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여권에서 이를 그대로 두고만 볼지는 의문입니다.

아울러 야권이 부자감세 중단과 법인세율 원상회복을 추진하는 것도 갈등사안입니다. 더민주는 총선 직전 복지수요 충당을 위해 법인세율 원상회복을 약속했습니다. 국민의당의 총선공약에 증세나 법인세 인상은 없었지만 논의가 공론화할 경우 찬성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주장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하기 위해 극한 갈등을 치렀던 새누리당의 입장에서는 환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야권은 과반입니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때 야당과 마찬가지로 국회선진화법을 근거로 과반 야당의 법안 처리를 막을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때 야당 소속 국회의장이 주요 쟁점 법안에 대해 진실규명이나 시대적 요청이라는 대의명분을 내걸고 직권상정을 한다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상상이 되시나요? 여야가 뒤바뀐 필리버스터가 이어지지 않을까요?

필리버스터가 한창 이어지던 지난 2월말. 여야 지도부의 아침회의 발언을 살펴보면 극과 극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은 필리버스터를 야당 의원들의 선거유세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더민주는 필리버스터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고 극찬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필리버스터를 시도하면 여야는 과연 어떤 반응들을 내놓을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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