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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구분법 파괴하는 신개념 자동차들

김형욱 기자I 2015.10.01 06:00:00

탈리스만·임팔라부터 트위지까지
원산지부터 크기, 엔진까지 제각각
전통적인 차종 구분법 파괴 가속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배기량 2.0ℓ가솔린 엔진의 중형 세단 3파전.’ 2005년. 쏘나타와 옵티마(현 K5) 그리고 SM5는 비슷한 크기와 같은 배기량, 엔진 형태로 치열하게 경쟁했다. 고객 대부분은 셋 중 어느 걸 선택할지 고민했다. 선택지는 정해져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현대차(005380)는 쏘나타에 i40을 함께 내놨고 르노삼성은 내년 초 SM5와는 다른 새 중형 세단 르노 탈리스만(국내명 미정)을 국내에 소개한다. 같은 모델이라도 가솔린, 디젤이 있고 배기량도 다르다. 같은 가격이라면 준중형급 SUV나 소형 수입차를 사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전통적인 자동차 구분법이 더는 무의미한 시대가 됐다.

◇‘중형이라고 다 같은 중형 아냐’

르노삼성자동차의 르노 탈리스만 국내 출시는 이 같은 시대상을 반영한 대표 사례다.

많은 사람은 르노삼성이 내년 초 중형 세단 르노 탈리스만을 국내 출시한다고 했을 때 고개를 갸웃뚱 했다. 이미 SM5란 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SM5는 단종하지 않는다”며 “탈리스만은 전혀 다른 새 중형 세단”이라고 누차 설명했지만 사람들은 ‘왜’라며 의아해했다. 제 살 깎아 먹기 아닌지 우려했다.

시대가 바뀌었다. 자동차 회사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비슷한 가격대, 크기의 모델을 여럿 내놓지 않았다. 카니발리제이션(자기시장 잠식)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고객 욕구가 다양해지며 선택폭을 다양화하지 않고서는 시장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현대차(005380)는 또 다른 중형차 i40를 내놓고 기아차(000270)는 신형 K5에 5개 이상의 다른 엔진을 단다.

르노 탈리스만. 내년 상반기 중 국내에서 생산·판매된다. 르노삼성 제공
현대자동차의 유럽형 중형 모델 i40. 올 1월 새 엔진을 단 2016년형 모델이 나왔다. 현대차 제공
쌍용자동차 티볼리 롱바디의 기반이 될 콘셉트카 XLV-에어. 쌍용차 제공
기술력의 발전도 이 추세에 한몫하고 있다. 제조사가 낮은 비용으로 동급 모델의 디자인을 조금씩 바꾸고 다양한 엔진을 탑재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이런 변화는 더 빨라졌다.

소형 SUV의 개념도 달라졌다. 과거 소형 SUV라면 준중형차 기반의 투싼이나 스포티지였다면 지금은 소형차 기반의 쌍용차(003620) 티볼리나 르노삼성 QM3, 쉐보레 트랙스를 지칭한다. 쌍용차는 여기에 한 걸음 더 나간다. 내년 소형 SUV지만 중형급 공간을 갖춘 티볼리 롱바디를 출시한다.

BMW 같은 고급 브랜드는 이보다 앞서 중형차 3시리즈를 기반으로 50종이 넘는 파생 모델을 내놨고 이것도 모자라 2시리즈, 4시리즈 같은 비슷한 형태의 짝수 파생모델을 내놨다.

친환경차 시대 초입에 들어서며 기존에는 전혀 없던 차급도 등장했다. 르노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정부 임시운행 승인을 받고 본격적으로 운행을 준비 중이다.

전기 충전만으로도 일정 거리를 갈 수 있는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4’에 등장했던 BMW i8은 2억원 남짓의 고가임에도 올해 국내 수입 물량 190여대가 순식간에 동났다.

◇‘수입-국산 경계 이미 무너져’ 쉐보레 임팔라 外

수입-국산차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지난 7월31일 사전계약을 접수한 쉐보레의 새 준대형 세단 임팔라는 한 달새 1만대 이상 계약됐다. 수입차로서는 이례적으로 많다.

르노삼성은 앞선 2013년 12월 QM3(현지명 르노 캡처) 1000대를 르노 스페인 공장에서 수입했으나 본계약 개시 7분만에 물량이 동나며 부랴부랴 국내 수입 물량을 연 1만5000대 이상으로 늘렸다.

한국GM·르노삼성은 앞으로도 연 1만~2만대 이상 판매할 수 있는 모델이라면 당장이라도 해외 공장에서 수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를 모회사로 둔 이점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실제 르노의 7인승 다목적차(MPV) 에스파스 국내 수입을 검토 중이다.

내년 초 출시 예정인 탈리스만은 더 특이한 사례다. 르노 본사와 협업하기는 했지만 국내 디자인 센터 주도로 개발해 글로벌 출시가 확정되고 다시 내년부터 국내형이 국내에서 생산·판매된다. 단순히 수입하게 되면 국내 공장을 놀리며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비판도 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세계 전역에 진출해 있는 현대·기아차도 이 같은 활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상품가치만 있다면 언제든 유럽전략 모델을 국내에 소개할 수 있다. 당장 현대차 ix25나 기아차 KX3 같은 소형 SUV도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았다.

쉐보레의 준대형 세단 임팔라. 지난달 사전계약 접수 이래 1만대가 넘게 계약됐다. 한국GM 제공
르노의 7인승 다목적차(MPV) 에스파스. 국내 수입을 검토 중이다. 르노삼성 제공
르노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지난달 정부 승인을 받고 본격적으로 시범 운행에 나설 예정이다. 르노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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