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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 2010년 5월6일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단 몇 분만에 600포인트 가깝게 폭락했던 일명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를 촉발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초단타 선물 트레이더가 마침내 체포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마켓워치등 주요 외신들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비공개 문건을 인용, 영국 사법당국이 영국인 선물 트레이더인 나빈더 싱 사라오를 체포해 현재 구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라오는 텔레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와 총 10건의 원자재 시세조작 및 사기,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은 수준에서 호가를 냈다가 거래 체결 이전에 거둬들이는 방식의 불법 거래인 스푸핑(spoofing)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월에서야 사라오를 플래시 크래시의 주범으로 확인한 뒤 그를 수배해온 미국 법무부는 영국 당국에 그를 미국으로 송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사라오가 플래시 크래시 당시 시장내에서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지적하며 그를 상대로 동일한 혐의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사라오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E-미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선물시장 조작에 초단타 매매에 쓰이는 자동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사라오는 자신이 설립한 나브사라오 퓨처스를 통해 대규모 매도 주문을 각각 다른 가격대에 동시에 일으키는 스푸핑의 변형인 이른바 `레이어링(layering)` 기법으로 시장에 대규모 거래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당시 E-미니 선물 가격이 급락하고 다우지수는 약 5분 만에 600포인트 가량 급락한 바 있다.
CFTC는 이같은 시세 조작을 통해 사라오는 4000만달러(약 433억원) 정도의 수익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 당국은 그의 자산과 계좌에서 700만달러 정도를 동결시켜놓고 있다고 아이탄 골먼 CFTC 집행이사가 설명했다.
특히 CFTC에 따르면 사라오는 지난 2010년 플래시 크래시 당시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400일 가까이 이같은 시세 조작과 스푸핑에 가담해왔고 올해에도 유사한 시도를 계속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를 두고 살 아누크 테미스트레이딩 창업주는 “주식시장 폭락사태가 발생한지도 벌써 5년이나 지났는데, 지금에서야 당시 스푸핑을 실행했던 법인을 찾을 수 있게 됐다”며 사법당국이 5년씩이나 시간을 허비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