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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포특권 일시정지…이재명 구속카드 '만지작'[검찰 왜그래]

이배운 기자I 2023.07.29 10:10:10

8월 16일까지 임시국회 휴식…불체포특권도 '잠시휴업'
쌍방울·백현동의혹 수사 급물살…사실상 이재명만 남아
檢 “수사에 정치적상황 고려 안한다”지만…복잡한 셈법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앞으로 보름여간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일시 정지됩니다. 의원 구속 절차가 간소화된 타이밍을 노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2번째 구속 시도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을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수사기관은 국회 회기 중에 국회의원 과반의 동의 없이 현역 의원을 체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28일부터 내달 16일까지는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습니다. 이 기간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곧바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됩니다.

당초 불체포특권은 행정부의 탄압으로부터 국회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최근엔 비리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개인 비리 방탄용으로 전락했다는 불만이 높아졌습니다. 매번 방탄벽에 가로막혔던 검찰로서는 절호의 기회인 셈입니다.

법조계는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에 연루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쌍방울·백현동 비리 수사 사실상 이재명만 남았다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 대표의 북한 방문을 도와주기 위해 총 1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북한에 대신 보내는 방식으로 사실상 뇌물을 건넸다는 내용입니다.

검찰은 그동안 쌍방울과 이 대표 간 부정청탁 관계 입증에 난항을 겪었는데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 측에 이 대표의 방북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다가 급히 철회했습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이었던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태도로 돌아서면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나아가 구속영장 청구도 유력하게 검토될 것이란 게 법조계의 관측입니다.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은 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백현동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성남시로부터 유례없는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이 대표가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위해 업체에 유리하도록 인허가권을 행사하고 결과적으로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게 검찰의 의심입니다.

검찰은 최근 이 대표의 ‘오른팔’로 꼽히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불러 조사하고 “로비 실체가 상당 부분 드러나 당시 성남시 인허가 최종 결정권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이 대표 조사를 예고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체포동의안이 찬성 139표 반대 138표로 부결되면서 무산된 적 있습니다.

그러나 내달 16일 이전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체포동의안 표결을 건너뛰고 곧바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립니다. 신속하게 이 대표 신병을 확보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려면 유용한 선택지입니다.

檢 “수사에 정치적 상황 고려 안한다”지만…셈법은 복잡미묘

다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비회기 기간이 끝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게 오히려 전략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일단 비회기 기간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검찰은 야당 대표를 탄압하고 망신 주려는 의도로 기습적으로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사의 정당성을 놓고 야권과 첨예하게 맞서는 검찰은 의원의 권리를 존중하고 정당한 절차를 보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체포동의안 표결이 또 한 번 열리도록 해 민주당 계파 갈등을 유도하고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지난 2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내부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적잖은 이탈표까지 나오면서 이 대표는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 대표의 발언권이 위축될수록 검찰은 수사 과정 전반에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검찰로서는 곧바로 영장심사가 열리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영장이 기각되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과 함께 여론의 역풍을 맞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이 최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서도 영장을 줄줄이 기각하는 등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도 검찰로서는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러한 해석들에 대해 “정해진 일정과 필요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뿐”이라며 “수사에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긋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가오는 총선 시즌과 맞물려 야권과의 긴장 수위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셈법도 마냥 단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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