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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단체 "풍산개 파양 사건"...文 "지금이라도 입양할 수 있다면"

박지혜 기자I 2022.11.10 06:57:27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 받은 풍산개 양육 논란을 두고 “이제 그만들 하자”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한 동물단체가 ‘파양 사건’이라며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은 지난 9일 인스타그램에 ‘풍산개 파양 사건을 바라보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비구협은 “우리 동물권은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추진되었던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98조를 개정 추진에 문재인 정부의 생명 감수성에 대해 환호했고, 또한 그 정신을 열렬히 지지했다”며 “하지만 이번 풍산개 파양 사건을 바라보며 결국 이는 문재인 정부의 동물 지위 향상의 의도는 동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가식적인 행보로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살아 있는 생명을 기록(물) 즉, 물건으로 그 신분을 유지해놓고 인제 와서 ‘기록물’이니 도로 가져가라는 이율배반적인 후진 정치를 답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8년 10월 12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가진 영국의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로라 비커 진행자에게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받은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비구협은 “모든 사달의 원인은 국가원수들끼리 주고받는 ‘동물 선물’이 문제”라며 “이미 서구 유럽은 국가 원수들끼리 동물을 주고받는 관례는 사라진 지 오래인데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일어나고 있는 일에 우리나라는 아직 대통령이 퇴임할 때마다 생명을 선물이랍시고 주고받은 동물들의 사후 처리를 놓고 매번 사회적 홍역을 예외 없이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가 동물을 사적 정치 활동에 이용하는 사례는 많았다”며 “정치 리더들이 동물을 입양하고 그 동물을 끌어안고 애정 넘치는 눈길로 쓰다듬는 사진과 영상으로 몇 번 홍보하고 퇴임할 때는 ’국가기록물‘이니, ’지자체 소유’이니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헌신짝처럼 동물을 버리고 떠나는 사례들을 정말 지겹도록 봐왔다”고 했다.

아울러 “필요하면 끌어안고 이용가치가 없으면 내뱉는 정치 논리에 살아 있는 생명을 대입해서 정치적 쟁점으로 삼는 우리나라 정치권은 이제 진짜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비구협은 “어떤 이유이든 생명에 대한 파양은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일국의 대통령까지 지낸 존경 받던 대한민국의 한 리더가 포기하지 않아야 할 덕목이 있다. 바로 ‘책임감’”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늘 우리는 정쟁 때문에 생명에 대한 책임을 미련 없이 버리는 리더를 목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제발 이제 살아 있는 생명을 정쟁에 이용하는 시대는 이제 끝내자”며 재차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러한 비구협 입장에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파양’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어느 쪽인지 좀 더 알아보고 (글을) 올렸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비글네트워크마저 정치적인 부분을 개입해 운영하지 말아달라”는 댓글을 남겼다. “입양한 적이 없는데 파양이라니?”라는 댓글도 보였다.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도 풍산개 논란을 두고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이 ‘파양’이라는 단어를 썼다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사과했다.

이 수석은 “충분히 사과한다. 그런 표현을 쓴 건 분명히 잘못됐다”며 “문 전 대통령 측에선 파양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다”고 정정했다.

지난 5월 28일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반려견들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건희사랑’)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풍산개 양육 문제를 두고 “지금이라도 내가 입양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는 것을 밝혀둔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입양과 파양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입양이야말로 애초에 내가 가장 원했던 방식이다. 반려동물이 명실상부하게 내 소유가 되어 책임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양육비 문제로 파양했다’는 여권 비판을 반박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당시 대통령기록관은 반려동물을 관리할 시스템이 없었고, 과거처럼 서울대공원에 맡기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있어 계속 양육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 정부에서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통령기록물을 제3자에게 관리 위탁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이후 개정이 무산됐고 법 위반 소지가 더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먼저 관리를 위탁한 후 사후에 근거 규정을 갖추기로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마침 윤석열 당선인이 반려동물을 키우던 사람이 계속 양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해준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시적인 근거 규정의 부재가 잠시가 아니라 장기간 이어지면서, 대통령기록물인 풍산개 세 마리를 전임 대통령이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 대통령기록물법에 위반된다는 논란의 소지가 생긴 것이고, 그 같은 상태가 길어질수록 논란의 소지가 더 커질 것”이라며 “지금의 감사원이라면 언젠가 대통령기록관을 감사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풍산개 곰이의 새끼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전 대통령은 “해결책은 간명하다. 관리위탁을 하지 않기로 하고, 풍산개들을 원위치시켜 현 정부의 책임으로 적절한 관리 방법을 강구하면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러자고 했더니 모 일간지의 수상한 보도를 시작으로 순식간에 문제를 지저분하게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왜 우리는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이처럼 작은 문제조차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흙탕물 정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인지, 이 어려운 시기에 그렇게 해서 무얼 얻고자 하는 것인지 재주가 놀랍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사룟값 논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인건비와 치료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퇴임 대통령이 부담해온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며 “지난 6개월간 대통령기록물인 반려동물을 무상으로 양육하고 사랑을 쏟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문 전 대통령은 끝으로 “이제 그만들 하자”며 “내게 입양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현 정부가 책임지고 반려동물답게 잘 양육 관리하면 될 일”이라고 당부했다. 또 “반려동물이 대통령기록물이 되는 일이 또 있을 수 있으므로 차제에 시행령을 잘 정비해두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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