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혼선빚는 與…“이러나 저러나 집값은 못잡아”

김나리 기자I 2021.05.21 06:00:00

24일 정책 의총서 당 입장 정리할 전망
전문가 “시장 안정화하려면 양도세 중과 완화 우선해야”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2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기위해 윤관석,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세제 완화 카드를 두 달 째 만지작 거리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선 벌써부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없이 재산세 감면 정책 등만 내놓을 경우 집값을 안정화하긴 힘들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재산세 결론 못낸 부동산 특위…“갑론을박 이어져”

민주당 부동산 특위는 20일 오후 2차 전체회의를 열고 재산세 등 부동산 정책 관련 논의를 진행했으나 이날 명확한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당초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기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이날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견이 잇따르면서 결정이 보류된 모양새다.

특위 위원장인 김진표 의원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논의가 진행되는 단계로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다양한 토론을 하는 중”이라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소속 3선 의원들을 만나 “최근 부동산 문제를 가지고 언론에서 계속 보도 중이나 이는 내부에서 논의하는 과정”이라며 “정책 의총에서 조속히 정리해 하나의 목소리가 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우선 재산세 감면 대상 확대 논의는 이달 말 마무리하고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지방세법 개정안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진표 의원은 “지방세 (과세기준일이) 6월 초라 5월 말에 발표할 수 있는 건 분명히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시세의 90%까지 높이기로 하면서 올해부터 3년간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 재산세율을 0.05%포인트씩 인하해주기로 했다. 현재 이 한도를 9억으로 높이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이다.

일부에선 재산세를 두고도 당내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이날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회의를 열고 오세훈 시장이 요청한 “시와 자치구가 공동으로 재산세 감면을 정부의 건의하자”는 제안을 거절하기로 결론냈다. 이들은 “이미 정부여당 내에서 막바지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 등을 고려해 (오 시장의 요청은) 현실적으로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시민 50%에 이르는 무주택 서민의 박탈감과 소외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무주택 서민에 대한 배려없이 상대적 고가 주택을 소유한 분들에 대한 재산세를 인하하면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SNS에 “재산세 감면이 아니라 보유세율을 점진적으로 높여야 집값을 잡는다”며 “재산세를 감면하는 정책은 당장은 달콤하지만 ‘총체적 난국’을 더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3년 한시 재산세 감면효과 크지 않아”

재산세를 감면해도 그것만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부동산시장 전문가들 분석이다. 재산세 감면 기준을 상향하더라도 3년 한시 적용인데다 절대적인 감세 금액도 납세자가 체감할 만큼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데일리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시뮬레이션 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 6억5700만원인 서울 은평구 녹번 래미안 베라힐즈 전용면적 59.98㎡는 올해 재산세가 93만1320원이지만 재산세 감면 기준이 상향될 경우 내야할 금액이 71만2530원으로 21만8790원 줄어든다. 지방교육세 등을 포함한 보유세 총액은 166만9464원에서 140만6916원으로 26만2548원 감소한다. 공시가격 8억9900만원인 서울 동작구 본동 래미안트윈파크 전용면적 84.76㎡는 재산세가 149만3521원에서 111만6515원으로 약 38만원 정도 줄어든다. 지방교육세 등을 합한 보유세 총액은 209만4978원으로 45만원 가량 감소한다.

우 팀장은 “절대적인 할인 금액 자체만 놓고 보면 납세자의 체감 혜택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또 한시 감면이기 때문에 3년 후 다시 조정하지 않는 이상 상한선 문턱에 걸쳤던 집들은 납세해야 할 금액이 갑자기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도 “재산세 일부 완화로는 지지층을 결집할 순 있어도 집값 안정화를 이끌어 내긴 힘들다”고 꼬집었다.

재산세 만큼 완화 요구가 거셌던 종합부동산세도 ‘부자 감세’라는 비판 속 당내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특위는 종부세 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 보단 1주택자 탄력 적용이나 장기거주자 등에 과세이연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나아가 재고주택 공급 유도 차원에서 관심을 모았던 양도세 중과세 완화는 사실상 무산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이달로 유예 기간이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추가 유예 없이 시행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지난해 개정한 소득세법에 따르면 오는 6월 1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은 75%까지 오르게 된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 완화 없인 집값을 잡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우 팀장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한시적으로 다시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 그간 세부담 강화를 체감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당장 공급을 늘리려면 다주택자의 재고주택이 시장에 나와야 하는데 양도세 중과 완화 없이는 다주택자의 재고주택이 공급되기 어렵다”며 “특위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핵심은 양도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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