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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사히신문이 전한 일본 검찰의 분위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벚꽃 스캔들’ 수사를 맡은 도쿄지검 특수부가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직접 조사를 요청하는 등 살아있는 권력을 항한 수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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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검찰은 아베 전 총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3일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베 전 총리 측에 임의 사정청취를 요청했다. 본인을 직접 조사하겠다는 의미다. 총리 재임 당시 ‘벚꽃을 보는 모임’ 전야제 때 지지자 850여명에게 6년간 향응을 제공했다는 혐의에 대해 아베 전 총리 본인의 해명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아베 측도 검찰의 진술 요청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직 총리가 검찰 대면 조사를 받는 건 드문 일이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에선 도쿄지검이 상당히 진지하게 의혹을 다루고 있다고 본다. 단순히 국가 예산으로 자금을 보전한 사실만이 아니라 출처까지 추적하며 강도 높게 수사하고 있으며, 아베 사무소 비서 수십명을 조사하며 수사에 공을 들인다는 점에서다.
검찰이 의욕적으로 ‘아베 스캔들’을 수사하는 데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먼저 의혹 폭로 배후에 스가 정권이 있다는 것이다. 벚꽃 스캔들은 지난달 요미우리신문 단독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가 2013년부터 6년간 ‘벚꽃을 보는 모임’에 정·재계 인사들을 초청해 도쿄의 고급 호텔에서 전야제를 열고, 절반 넘는 비용을 부담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아베 측은 900만엔(한화 약 9432만원)가량을 대납한 혐의를 받는다.
일본 정계에서는 보도 출처가 총리 관저라는 말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 최초 보도 이후 라이벌 관계인 아사히신문에서도 이를 인용해 공론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리 관저가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걸기는커녕 먼저 나서서 ‘떡밥’을 흘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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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에서 누적된 검찰 내 불만도 손꼽힌다. 당시 검찰은 자민당 의원들을 겨냥한 수사에 번번이 실패했다. 2014년 오부치 유코 전 경제산업상의 정치자금 관련 비위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벌일 때는 하드디스크가 전기드릴로 파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2016년 로비 의혹을 받는 아베의 최측근, 아마리 아키라 세제조사회장 수사 때도 금품 수수 사실을 자백받았지만 입건하지 못했다. 아베의 오른팔인 구로카와 히로무 당시 도쿄고검장이 이를 막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아베 정권에서 검찰이 정치화됐다는 무력감이 커졌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스가 정권에서의 비호아래 벚꽃 스캔들 수사에 열을 올린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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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벚꽃 스캔들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총리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일본 정계에서는 검찰이 벚꽃 스캔들을 어디까지 수사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검찰 수사가 스가 총리를 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황세희 여시재 미래디자인실장은 “스가 총리가 관방장관을 지내며 정부 조직을 워낙 잘 관리해 왔다. 특히 검찰하고도 관계가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가 퇴임한 상황이라 검찰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진 것은 맞지만, 스가 총리로까지 수사가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역시 검찰 수사 확대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벚꽃 스캔들은 전적으로 주최 측인 아베 후원회의 문제로 스가 총리와는 관련이 없어 검찰이 수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의회에서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총리의 책임을 묻는 데 대해서도 “스가 정권을 공격하기 위한 야당의 정치 공세”라면서 수사 확대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역대 최장수 총리로 퇴임한 아베는 어떤 결말을 맞을까.
호사카 교수는 “스가 정권 지지율이 아베 전 총리 때문에 떨어지고 있다. 지지율을 회복해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기려면 아베와 엄격하게 거리를 둘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정치 생명이 끝났다고 봤다. 반면 황 실장은 이런 전망에 대해 “아베 총리가 정치적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라는 건 한국 측의 기대 섞인 관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민당 내 아베 지지자들까지 끌어안으려면 아베 입지를 약화하는 선에서 검찰 수사를 수습할 것이란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