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기자수첩]전셋값보다 낮은 아파트 공시가격

정다슬 기자I 2018.03.30 05:20:0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정부가 29일 발표한 고위공직자 재산현황에 이름을 올린 정해승 대통령비서실 뉴미디어비서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자리잡은 래미안서초7차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이다. 그는 이 아파트를 보증금 9억 8000만원에 전세를 줬다. 그러나 재산현황에 있는 이 아파트의 가격은 8억 6400만원이다. 전셋값이 아파트 가격을 넘어서는 것이다.

왜 이런 헤프닝이 일어났을까. 바로 공시가격의 함정이다. 재산현황에 있는 아파트 가격은 공시가격으로 적시하는 반면, 전세가격은 시세를 반영해 기록하기 때문이다. 래미안서초7차 아파트 실제 시장가격은 16억원을 호가한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의 납부 기준이자 과세·복지·부담금 등 59개 분야에서 활용되는 부동산 지표이다. 과세의 기준이 되는 만큼 조세의 형평성과 객관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공시가격의 허점은 지금과 같은 부동산시장 활황기 때 더욱 확실히 드러난다. 강남 등의 부동산 가격 상승폭을 공시가격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세와 공시가격간의 갭(gap)이 일종의 세금 할인율이라고 본다면, 부동산 상승기 때 가격 상승이 많이 된 아파트일수록 세금을 적게 내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은 조세 법률주의를 공식으로 표명하고 공법 토지 1결당 일정하게 10두의 세금을 거두는 ‘공법’을 확립했다. 이전에는 관리가 직접 논밭을 돌아보며 농사의 수확량을 확인하고 납부액을 정하는 과전법이 시행돼 관리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많았다.

공시가격 역시 마찬가지다. 공시가격은 한국감정원이 조사해 공표하지만 조사의 기준이 불분명하고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과세 강화 여부가 한국 사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과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