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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2금융권으로 전선 확대..오너기업 경영위축 우려

문승관 기자I 2018.02.06 06:00:00

주인 없는 금융지주·은행과 달리
제2금융 대부분 '오너 경영 체제'
관행·적폐 위법성 가리기 모호해
금감원 "상식적 잣대로 판단할 것"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금융당국이 이달 설 연휴 이후 보험과 증권, 카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대해 채용비리 현장 점검에 착수한다. 대상은 70여 개 사로 업권별 검사일정에 따라 차례로 진행한다.

하지만 은행 채용비리 검사에 이어 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인 없는 금융지주사나 은행과 달리 제2금융권은 지배적 주주가 있는 ‘오너 경영 체제’가 대부분이어서 민간 금융회사의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도 이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잇따른 엄정 조사 주문 때문에 현장 점검을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과 달리 실증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못한 채 채용비리 여부 결과를 내놓는다면 오히려 금융당국의 관치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금감원 “사회적 잣대와 상식적 수준서 판단”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5일 “내달부터 은행에 이어 보험과 증권 등 제2금융권의 채용비리 현장 점검을 시행할 것”이라며 “현재 검사 일정 등 전체적인 계획안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사회적인 잣대가 있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했을 때 채용비리 여부를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며 “은행과 2금융권의 채용시스템이 다른데다 현장 점검 시 그 차이를 적용해 체크리스트를 만들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11월 전체 금융권 채용시스템에 대한 자체 점검을 했다. 금융사 감사팀으로부터 자료제출을 받았지만 2금융권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큰 문제 없다고 회신했다.

이번 2금융권 채용비리 검사의 쟁점은 은행보다 훨씬 방대한 검사 대상과 함께 오너 회사에 대한 채용결과를 어느 선까지 비리 여부로 들여다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만약 은행권 채용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가벼운 처벌 수준에서 끝난다면 금융당국은 되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등 오너가 있는 금융회사의 채용·인사 관리시스템이 은행권과 차이점이 크다”며 “적폐청산이냐 관행을 인정해줄 것이냐가 2금융권 채용비리 검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용비리 점검이 오히려 대기업 계열 민간 산업체로 번지면 정부가 민간 인사에 개입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자율권 침해 우려…채용비리 금융법령 위반 아니야

금융권은 정부의 채용비리 근절 의지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오너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민간 금융사의 경영자율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채용은 기업의 독자적인 인사권인 만큼 채용기준을 두고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권을 훼손하는 과도한 간섭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오너 자녀가 경영수업을 받으며 계열 금융사에 근무하는 것을 두고 채용비리로 볼지 판단 여부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김원기 노무법인 산하 노무사는 “민간 금융사 오너나 CEO가 개입한 채용청탁은 사업주만의 고유 업무라고 판단해 위법 행위가 아니라는 판례도 있다”며 “앞으로 채용비리 관련 판결에서도 이 부분이 쟁점으로 부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 채용비리도 금융법령 위반사항이 아니다. 형법상 문제가 돼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더라도 최종적으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아야 징계할 수 있다. 2금융권에 대해서는 실제 채용 비리가 있었는지 이것이 어떻게 회사에 해를 끼쳤는지 실제 입증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성중 노무법인 유앤 노무사는 “회사 관리자가 권한을 남용해 자신에게 경제적·사회적으로 유리한 행위를 했다면 배임죄를 물을 수도 있다”며 “그렇지만 채용 비리가 실제 있었는지 있었다면 이것이 회사에 어떠한 손실을 끼쳤는지를 법적으로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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