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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3일배송·무료반품’까지…‘찐고객’ 늘리는 알리

김혜미 기자I 2023.12.05 05:46:00

저렴한 값에 호기심 자극…“생각보다 괜찮네” 평가
알리, 올해 1000억 투자해 프로모션·배송기간 단축
국내 이커머스업체 M&A타진·물류센터 건립 관측
“당분간 알리 수요↑…특징없는 이커머스 업계 위기”

[이데일리 김혜미 백주아 기자] 서울 도곡동에 사는 구모(44)씨는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자주 구입한다. 너무 저렴한 가격에 품질에 대한 의심도 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물건들이 있어서다. 청소기나 건조기 필터 등 소모품이나 딸아이를 위한 머리핀 등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고, 가격대비 품질도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구씨는 “청소기 필터 등은 국내에서도 가격 때문에 정품을 사지 않았다”며 “알리에서 구매한 제품이 훨씬 더 저렴해 만족한다. 앞으로도 계속 알리에서 제품을 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 그룹의 해외직접구매(해외직구) 플랫폼 알리가 가성비를 앞세워 빠르게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의 상품들이 즐비한 만큼 ‘일단 한 번 구매해볼까’라는 호기심 속에 시험 삼아 구매해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최대 강점은 초저가 상품

알리의 최대 강점은 역시 저렴한 가격이다. 오픈마켓 형태여서 수백만 개의 상품이 있다. 여러 가지 프로모션을 이용하면 더 낮은 가격에 상품구매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첫 구매고객에게는 하나의 물건을 특가로 제공하는 ‘웰컴혜택’을 제공하는데 이를 이용하면 레노버의 ‘XT62 TWS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을 93% 할인된 1720원에, 24K 금 성분이 포함된 달팽이 크림을 92% 할인된 단돈 13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평소에도 △천원마트 △선착순 50% 할인 혜택 △매일 바뀌는 50% 이상 할인제품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이용하면 국내 이커머스보다 훨씬 저렴한 값에 상품구매가 가능하다. 지난달 말까지 진행된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 당시에는 2만5000원 구매시 마다 5000원을 추가 할인해주는 등 추가 할인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알리는 해외직구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긴 배송기간도 최소 3일로 줄였다. 올 3월 도입한 ‘초이스’Choice) 서비스를 이용하면 3~5일 배송은 물론 무료배송과 무료반품이 가능하다. ‘정시배송 보장’ 라벨이 부착된 주문의 경우 배송이 지연되면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일반 상품의 경우에도 예상 배송일을 표기하고 있다. 최근 알리는 한국 제품들을 모은 ‘K베뉴’ 코너 운영을 시작했는데, 현재 한국P&G와 애경산업 등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차마 사용할 수 없는 상품을 받거나 상품을 아예 받지 못했다는 등의 소비자 피해사례도 나타나지만 알리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네이버 키워드 검색 데이터상 알리 모바일 검색량은 지난 11월 130만9900회를 기록해 전년동기(61만2300회)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알리는 올 3월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내세운 TV 광고를 내보낸 뒤 전월대비 신규 설치건수가 223% 늘었고, 지난 10월에도 쇼핑앱 다운로드 수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중국 직구액도 증가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 중국 직구액은 819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6.4% 증가했다. 해외직구액 1조6300억원 중 절반에 이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대 직구지역이었던 미국 직구액이 올 3분기 453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6%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해외직구 늘어나는 국내시장은 테스트 마켓

알리가 한국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전세계 확장을 위한 테스트 마켓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 시장에 진출했던 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안목과 수준이 높아 한국에서 성공한다면 동남아시아 등 다른 국가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봤다. 레이장 알리 한국대표는 지난 3월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높은 인터넷 이용률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해외 직구 소비량이 늘고 있다면서 “한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알리가 국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11번가나 티몬, 지그재그 등 국내 이커머스 기업 인수를 타진하는 한편 내년에는 국내 물류센터를 건립할 것이란 소문도 들린다. 수도권에 전담 물류센터를 설치할 경우 수도권 고객을 타깃으로 더 빠른 배송이 가능해지는 만큼 본격적인 점유율 확장이 가능해져서다.

현재 알리의 한국 배송은 CJ대한통운(000120)이 대부분 전담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관련 물동량은 올해 1분기 346만 상자에서 3분기 904만 상자로 2.6배나 증가했다.

다만 지금까지 알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낮은 가격으로 인한 낮은 기대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10개 중 2~3개만 괜찮은 제품이 와도 성공적’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이같은 전망에도 알리의 거센 확장은 국내 종합 이커머스 업체들을 위협할 것이란 경고로 이어지고 있다.

‘트렌드코리아 2024’의 저자 최지혜 서울대 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불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은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면서 “뚜렷한 강점이나 특징이 없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우 존폐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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