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살아도 공부가 한이지만…‘1등’ 필요없다, 베풀며 살아라”

조민정 기자I 2023.06.13 07:15:20

[대한민국 나이듦, 6070세대]④
60대 이상 노인들 인터뷰해보니
“못 배운 게 서러워”…만학도 길 걷기도
젊은세대 향한 당부는…공부 아닌 ‘베풂’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김영은·이영민 수습기자] 젊어서 배우지 못한 한(恨). 지금의 노인들은 공부하지 못한 게 인생을 돌이켜 가장 아쉽고 후회된다고 했다. 어리고 젊었던 시절, 전쟁 이후의 보릿고개와 산업화시대에서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에 치중하느라 어쩔 수 없었다해도 ‘평생의 한’이 됐다고들 했다. 하지만 젊은이들을 향한 당부는 ‘공부하라’가 아니었다. “몸 건강히, 남들에 베푸는 삶을 살라”는 조언이 많았다.

12일 이데일리가 심층인터뷰한 60대 이상 15명 중 대부분은 삶을 되짚으면서 ‘공부’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일용직으로 일하다 부상으로 장애 판정을 받았다는 차모(76·남)씨는 “못 배운 거 하나가 서럽고 아쉽다”고 했다. 경기 군포에 사는 권모(73·남)씨는 “평생 못 배운 게 한이 됐다”며 “내가 못 한 걸 자식들에 다 해줘 대학까지 보낸 게 내 인생에 가장 잘한 일”이라고 했다.

늦깎이 학생이 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김창해(71·남)씨는 “고등학교도 졸업 못한 내가 60대에 방송통신대 중어중문과를 나왔다”며 “늦게라도 공부를 시작해서 책을 놓지 않은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김모(78·여)씨도 “뒤늦게 공부의 재미를 알았다”며 “동네 시민단체에서 한글을 배우고 검정고시까지 합격했다”고 뿌듯해했다. 프리랜서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채모(73·여)씨는 “멋진 노인은 죽을 때까지 공부하는 사람”이라며 “죽을 때까지 공부 하고, 신문 보고, 책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럼에도 젊은세대에 바라는 건, ‘공부하는 삶’보다 ‘성실·정직하게, 타인에 베푸는 사는 삶’이었다. 살아보니, 숲을 이루는 나무처럼 더불어 사는 삶이 아름답더라는 것이다. 70대 남성 정모씨는 “개인생활이 더 중요해지니 경쟁이 심해져서 각자도생으로 사는 게 너무 안타깝다”며 “잘 사는 젊은이들은 자기 혼자 잘 사려고 아등바등하고, 못 사는 젊은이는 낙오돼서 자살하는 사회”라고 탄식했다. 권씨는 “경쟁해서 남을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져주려고 하면 내가 이기더라”며 “서로 돕고 베풀어야 복이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소중한 여생, 이들이 바라는 바는 어찌보면 소박했다.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고 떳떳하게 살고 싶다” “남은 가족이 힘들지 않도록 건강하게 살다 가고 싶다”는 등의 바람들이 나왔다. 경제력 약화와 건강 악화로 주변 사람들에 ‘피해’를 끼칠지 모른단 염려가 깔려 있었다. 봉사하면서 남은 삶을 보내고 싶단 이들도 있었다.

이모(65·남)씨는 “늙었다고 쭈그려 있지 않고 자기 능력을 발휘해서 봉사하고 자신감 있게 사는 분들이 멋지다”며 “주위에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임모(72·여)씨는 “노인일자리에 나가보니 90세 어르신이 힘만 닿으면 계속 일을 하려고 하더라”며 “나도 가는 날까지 계속 움직이고 배우면서 열정 있게 살다 가면 참 좋겠다”고 웃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어르신들이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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