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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포스코 '미얀마 가스전'이 소중한 이유

김영수 기자I 2021.04.16 06:00:01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내걸었던 말이다. 이 명언은 지금도 척박한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상사맨들의 심장을 뛰게 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전신인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에 진출한 건 1985년이다. 당시 미얀마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에 진출한다는 건 모험이었다. 대우인터는 미얀마 진출 이후 지속적인 투자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경영활동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상생 등 신뢰관계 구축에 공을 들였다. 2000년부터 시작한 미얀마 가스전 개발 사업은 이같은 노력들이 맺어진 결과물이다.

2013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 미얀마 가스전은 현재까지 하루 평균 약 5억 입방피트 규모로 중국과 미얀마에 가스를 판매 중이다. 그 사이 대우인터는 2010년 포스코에 인수됐으며 2019년 포스코인터내셔널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런데 최근 미얀마에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제사회와 국내 시민단체들이 ‘군부의 돈줄이 되는 사업을 끊어야 한다’는 요구를 하면서 포스코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심지어 네덜란드 공적연기금은 글로벌 경영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잣대를 들이밀며 포스코에 공개적으로 투자회수를 권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20년 넘게 지속해온 가스전 사업은 정권에 관계없이 민선 정부 시절에도 추진해온 사업으로 정권 변화로 군부를 지원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 실제 2015년 총선에서 민주진영인 아웅산 수치의 NDL(국민민주연맹)이 정권을 잡았을 때도 계속 가스를 생산·판매했다.

가스전 운영을 통한 수익 역시 ‘생산물 분배 계약’에 따라 미얀마 정부와 가스전 컨소시엄사에 분배되며 미얀마 정부 수익금은 정부에서 관리하는 국책은행인 MFTB(Myanmar Foreign Trade Bank) 계좌로 입금되고 있다. 특히 가스전은 인도 국영석유 및 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 등도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포스코가 컨소시엄의 결정과 다르게 가스전 사업을 멈추거나 미얀마 국영 석유가스공사(MOGE)향 수익금 지급을 중단하는 것은 중요한 계약 위반 사항이다.

가스전 가동 중단 시 미얀마 LNG 발전소의 연료 공급이 중단되는데 따른 막대한 피해도 우려된다. 열악한 미얀마의 전력 생산 감소와 일자리 상실, 경제활동 위축 등으로 이어져 미얀마 국민들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장 포스코가 가스전을 포기할 경우 우리나라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다. 수십년간 막대한 자본과 인력 등을 투입해 닦아놓은 가스전 사업이 다른 나라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태국 등 주변국들이 가스전 사업을 가로챌 기회만을 엿보고 있다는게 그 방증이다. 해외 에너지 자원개발에 공을 들여왔던 우리나라로선 다른 나라에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되는데다 미얀마 군부가 이들에게 웃돈을 받고 가스전을 매각할 경우 되레 군부의 자금줄이 될 우려도 제기된다.

미얀마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면서 취업하고 싶어하는 외국기업이 포스코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당장 외부 압력에 미얀마에서 철수한다면 미얀마는 영원히 포스코뿐 아니라 한국 기업을 등질 게 뻔하다. 가스전 사업의 이익을 차치하더라도 수십년간 쌓아온 미얀마와의 신뢰관계를 저버려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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