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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소비시장을 만드는 동력 '유행'

윤종성 기자I 2020.03.04 05:03:00

소비수업
윤태영|336쪽|문예출판사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우린 매일 뭔가를 소비한다. 친구를 만나 커피를 마시고, 식사하고, 영화를 보고, 전시회를 가는 모든 행위가 다 ‘소비’다. 현대인에게 소비 대상은 단순히 ‘재화’만이 아니다. 방탄소년단(BTS)의 음악과 같은 문화, 서울 홍대나 연남동, 경리단길 등의 공간도 모두 소비의 대상이다. 한때 ‘절약’이 미덕이었지만, 지금은 ‘플렉스 소비’처럼 고가의 상품에 돈을 쓰면서 자랑하는 소비 방식도 생겼다. 어떤 물건, 어떤 공간, 어떤 문화를 소비하느냐에 따라 자기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바야흐로 지금은 ‘소비의 시대’다.

인도 뉴델리 인근 구루그람에서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 체험행사가 열렸다(사진=연합뉴스).


책은 ‘소비’라는 프레임을 통해 현대 사회의 11가지 풍경을 살펴본다. 현대사회에서 유행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왜 현대인은 새롭게 등장하는 핫플레이스에 열광하는지, 현대인들이 몸 가꾸기의 고단함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소비를 통해 현대인의 욕망을 탐구한다. 유행, 공간, 장소, 문화, 광고, 육체, 사치, 젠더, 패션, 취향 등 저자가 엄선한 11가지 키워드는 현대인의 일상은 물론, 가장 은밀한 곳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소비의 의미를 찾아가는 중요한 길잡이 노릇을 한다.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키워드는 ‘유행’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행의 역할이 생각 이상으로 크다고 책은 주장한다. 낡은 것을 폐기하고 새로운 것을 소비하게 하는 유행은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른 소비시장을 해체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내는 동력이 된다. 지난해 구입한 제품을 낡고 뒤처진 것으로 인식해 새 제품을 사게 하는 것이 바로 ‘유행’이다. 유행은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듭하며 소비를 견인한다. 유행을 좇느라 아직 충분히 사용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처분하고, 100만원을 호가하는 최신 스마트폰을 사는 것만 봐도 그렇다.

최근 들어선 ‘구별짓기’를 위한 소비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소유하지 않는 소비’다. 물질적 소유보다는 공유와 경험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 핫플레이스보다 자신만의 공간을 찾고, 과시보다 내면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소비 성향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공유와 경험이 소비의 최대 화두로 자리를 잡은 지금, 과시적이고 중독적인 소비에서 벗어나 깨어 있는 소비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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