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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바라보는 '프로와 아마'의 두 시선

김용운 기자I 2015.07.10 06:41:15

성곡미술관 '내니의 비밀' & '여성은 아름답다' 전
비비안 마이어·게리 위노그랜드 작품 동시 전시
대비된 인생·작품세계 두 사진작가 대비

비비안 마이어의 ‘자화상’. 1970년대 초 라이카 카메라로 컬러사진을 찍기 전까지 롤라이플렉스 카메라를 애용한 마이어가 롤라이플렉스를 들고 거리를 걷다가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찍었다(ⓒ Vivian Maier/ 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ew York. 사진=성곡미술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여자는 이름을 기억해줄 가족조차 없었다. 반면 남자는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다만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었다. 사진이었다. 여자는 남에게 보여주지 않았지만 남자는 다 꺼내놓고 부와 명성을 얻었다. 그들의 인생에서 그 차이는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을까.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오는 9월 20일까지 여는 비비안 마이어(1926~2009)의 ‘내니의 비밀’ 전과 게리 위노그랜드(1928~1986)의 ‘여성은 아름답다’ 전은 두 사람의 인생역정과 작품을 여러모로 비교할 수 있는 전시다.

△사진으로만 남은 수수께끼 같은 삶

2007년 시카고역사에 대한 책을 쓰려던 존 말루프는 동네 벼룩시장에서 네거티브 필름과 슈퍼8㎜, 16㎜ 필름, 다양한 비디오 녹화물, 잡다한 사진 등이 담겨 있는 박스를 샀다. 책에 쓸 이미지가 필요해서다. 동네 벼룩시장에서 산 필름박스는 단돈 380달러에 불과했다. 그런데 박스를 열어 필름을 현상해보니 범상치 않은 사진들이 나왔다. 말루프는 상자의 주인을 찾는 과정을 영화로 만들었다. 올해 아카데미영화제 다큐멘터리 후보에 오른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였다. 이 과정에서 마이어의 사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폭발했다.

마이어는 2009년 요양원에서 사망하기 전까지 독신으로 살았다. 직업이 보모라는 것 외에 알려진 것이 없다. 그저 남긴 사진들을 통해 삶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이번 전시에는 마이어가 1950년대부터 1979년까지 찍은 흑백사진 78점, 컬러사진 20점, 밀착흑백사진 7점과 함께 1965년에서 1973년까지 촬영한 영상물 9점을 선보인다. BBC에서 만든 마이어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상영한다.

마이어의 사진이 유명해진 계기 중 하나는 이른바 ‘셀피’(self-photography)다. 마이어는 인위적인 설정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많이 남겼다. ‘자화상’ 등 셀피 작품들에선 그녀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이 아닌 스스로 즐기고 만족하기 위해 촬영한, 사진의 전형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뉴욕과 시카고의 거리를 찍은 사진들에서는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에 대한 연민이 당시 미국의 시대상과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사진기법이나 작품성을 놓고 평가했을 때 마이어는 작가라기보다는 마니아에 가깝다. 하지만 작품이 전하는 감성은 그녀의 수수께끼 같은 삶과 맞물려 독특한 아우라를 만든다.

비비안 마이어의 ‘자화상’(ⓒ Vivian Maier/ 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ew York. 사진=성곡미술관).


△생생한 거리표정, 여성 통해 담아

게리 위노그랜드는 1952년부터 프리랜서 광고사진가로 ‘라이프’ ‘룩’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등에서 일했다. 컬럼비아대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1951년 뉴스쿨에서 사진을 전공한 전업사진가였다. 위노그랜드가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1963년과 1967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다른 사진작가들과 함께 초대전을 열면서부터다. 이후 구겐하임미술관의 장학금을 받아 미국 전역을 돌며 미국인의 일상을 기록한 사진을 남겼다. ‘나의 사진은 그 어떤 메시지도 감추지 않는다’는 신조로 그는 비판적인 시선이나 도덕적인 잣대로 재단하는 것보다 사라지는 순간 속에서의 아름다움을 잡아내는 작업에 주력했다.

전시에서는 1975년 발표한 사진집 ‘여성은 아름답다’에서 추려낸, 작가의 서명이 들어간 빈티지 프린트 85점을 내보인다. 1960∼1970년대 뉴욕 등 대도시에서 자유분방하고 활기차게 생활하는 여성들이 대상이었다.

위노그랜드의 사진에는 마이어에 비해 세련된 기교와 동적인 감각이 물씬 배어있다. 당시 대중이 즐겼을 풍요와 여유가 보인다. 그러나 마음으로 치고 들어오는 울컥함이나 뭉클함은 확실히 마이어에 비해 덜하다. 성인 1만원, 청소년 8000원. 02-737-7650.

게리 위노그랜드 ‘여성은 아름답다’. 위노그랜드는 거리나 파티장소 등에서 발견한 생기넘치는 여성의 모습을 잘 포착했다(ⓒ Garry Winogrand. 사진=성곡미술관).
게리 위노그랜드 ‘여성은 아름답다’(ⓒGarry Winogrand. 사진=성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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