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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서 40% 오른 전기요금…추석 이후 추가 인상할까

강신우 기자I 2023.09.28 08:00:00

정부, 전기요금 인상 폭·시기 등 고민
한전 ‘경영쇄신안’ 발표 후 인상할 듯
“적자 해소위해선 kWh당 30원 올려야”
동절기·총선 앞두고 인상 어렵단 시각도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정부가 추석 연휴 이후 4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할지 주목된다.

전기요금은 지난해부터 약 40% 오른 만큼 국민 부담을 고려할 때 추가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지만 2021년 2분기 이후 47조원이 넘는 한국전력(한전)의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정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의 경영쇄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해 한전의 구조조정 노력으로 국민적 동의를 구하겠다는 이른바 ‘선(先)개혁 후(後)요금조정’이다.

방문규 산업부 신임 장관은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나 “추석 전 4분기 전기요금 조정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한전에서 구조조정 계획을 추가로 더 발굴하겠다고 하니 그것을 본 다음에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전의 경영쇄신안이 먼저 나와야 하는 상황이어서 4분기 전기요금 조정 시점은 순연될 전망이다. 전기요금을 이루는 세부 요금 중 연료비조정요금은 1킬로와트시(kWh)당 ±5원의 범위에서 조정되는데 이는 법정기한이 매 분기가 시작되기 전달의 21일까지다. 그러나 또 다른 세부 요금인 ‘전력량요금’은 정해진 기한이 따로 없이 조정할 수 있다.

앞서 한전은 지난 5월 비핵심자산 매각과 전력설비 건설 이연, 임직원 임금 반납 등을 통해 3년간 26조원의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겠단 자구책을 마련했는데 이 과정에서 2분기 전기요금 조정 법정기한이 한 달여 미뤄진 바 있다.

한전은 조만간 인력감축과 자산매각 등 경영쇄신을 위한 추가 자구책을 발표할 전망이다. 김동철 한전 신임 사장은 취임 이후 첫 비상경영회의에서 “한전 스스로의 내부 개혁 없이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도저히 극복할 수 없다”며 “기존 자구노력에 더해 특단의 추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산업부와 한전 등 전력당국은 한전의 누적적자, 물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 여부와 폭, 시기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기준연료비·연료비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기준연료비 인상 가능성이 있다.

한전은 지난 21일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는 3분기와 같은 kWh당 5원으로 유지했다. 한전은 “4분기 연료비조정요금은 연료가 하락으로 kWh당 -1.8원으로 산정됐다”면서도 “한전의 재무 상황과 그간의 연료비 미조정액 규모 등을 감안한 정부의 비상시 유보로 3분기와 동일하게 적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들은 애초 산업부가 올해 한전의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 kWh당 51.6원 인상이 필요하다고 한 만큼 1~2분기 인상분 kWh당 21.1원을 제외한 kWh당 30원 가량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전이 밑지고 파는 ‘역마진 구조’에 동절기 에너지값 상승으로 3분기에 ‘반짝 흑자’를 냈다가 4분기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동절기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4분기 요금 인상은 필요하고 인상 폭은 당초 산업부가 제시했던 kWh당 51.6원으로 인상분을 뺀 나머지 kWh당 30원 가량을 올려야 한다”며 “다만 국민부담을 고려해 올해와 내년 두 번에 걸쳐 인상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을 앞둔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취임사 등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의 시급성을 역설했지만 주무부처인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미온적 입장을 내비쳤다. 여기에 물가 당국인 기재부와의 협의, 사실상 국민의 힘 지도부의 개입 관문까지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연내 전기요금 인상은 사실상 지난 3분기 kWh당 8원 인상이 마지막이라는 의견이다.

한편 현 정부들어 작년 4월, 7월, 10월과 올해 1월, 5월까지 5차례에 걸쳐 kWh당 총 40.4원의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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