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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최영권 우리운용 대표①"ESG펀드 자금유입 계속 된다"

이정훈 기자I 2021.05.27 06:03:00

ESG 산업육성과 투자성과 `두 토끼`…펀드 수익률도 양호
펀드자금 이탈에도 ESG로는 유입…펀드유형 다양해질 듯
운용사 투자원칙·본인 투자목적 따져 통합전략 펀드 골라야
국민연금 ESG 투자 더뎌…우리 위치에 맞는 대응 필요해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작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글로벌 증시가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간접투자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데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안정적이다. 펀드 수익률도 시장 벤치마크를 꾸준히 웃돌고 있다.

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는 2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각국 정책과 규제가 ESG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ESG 펀드들도 전기차와 배터리, 수소, 바이오 등 소위 미래성장산업 주식들을 비중있게 편입하고 있는 만큼 투자 수요를 적극적으로 끌어 당기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ESG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점쳤다.

이에 맞춰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을 필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 지배구조와 기업가치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한 최 대표는 이에 맞춰 운용사나 투자자들도 장기적 관점에서 펀드를 설정하고 투자 펀드를 고르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 (사진=우리자산운용 제공)


다음은 최 대표와의 일문일답.

-ESG 펀드에 대한 투자자 반응은 어떤가.

△코로나19 이후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ESG 펀드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전엔 ESG투자가 사회책임투자라는 용어로 통용되다 보니 투자자들이 사회적 목적에 가치를 둔 `착한 투자`로 생각했다면, 최근엔 각국 정책과 규제들이 ESG 관련 산업 육성에 집중되면서 ESG 펀드들의 투자성과에 더 관심을 갖고 수익률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투자처로 인식을 전환해 투자를 늘려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ESG 펀드들이 최근 각광 받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수소, IT, 바이오 관련주들을 비중있게 편입하고 있다는 점도 이 분야에 대한 투자 수요를 적극적으로 끌어 당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ESG 펀드들의 수익률도 좋은가.

△ESG 펀드들의 수익률도 매우 우수한 편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으로 국내 ESG 주식형 펀드의 연간 수익률은 63.7%로, 코스피 수익률 60.9%,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성과 61.7%를 상회하고 있다. 우리가 운용하고 있는 `우리지속가능ESG펀드` 역시 연간으로 84.7%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투자 문의가 많이 늘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의 자금 이탈 와중에도 ESG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계속될까.

△ESG 펀드로의 자급 유입 추세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 등 국내외 대형 자산보유자(Asset Owner)들이 ESG 투자를 기조적으로 늘리고 있고, 각국 정부도 기후변화 대응, 디지털화, 인권 보호 관련 정책 및 규제를 강화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1월 제26차 기후변화협약까지 앞두고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ESG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존에는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를 중심으로 ESG 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이 지속됐다면 향후에는 패시브,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유형의 ESG 펀드들로 투자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ESG 투자 확대로 투자기업에 대한 주주제안도 늘어나고 있다. 기업 경영에 어떤 영향을 줄까.

△ESG 투자 확산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ESG 경영이 필수가 됐다. 국내 상장사들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 ESG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자체적으로 지배구조 및 기업가치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향후에는 기업들이 단기적인 이윤 극대화를 꾀하기보단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작은 사건이라도 확산 속도가 빠르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부정적 이슈에 휘말릴 경우 회사 평판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자자들의 ESG 정보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충실히 제공하기 위해 공시를 비롯한 적극적인 IR 활동 등 투자자와의 소통을 위한 창구가 다양해지고,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 역시 다양화할 것으로 보인다.

-좋은 ESG 펀드를 고르는 팁이 있다면.

△좋은 ESG 펀드를 고르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ESG 펀드로 운용될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ESG 투자는 장기투자가 전제 조건이기 때문에 잠깐 반짝하는 펀드는 ESG 투자전략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운용사의 투자철학에 책임투자가 반영돼 있고, 운용하고 있는 ESG 펀드가 해당 운용사의 주요 펀드 중 하나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ESG 투자도 전략이 다양하기 때문에 ESG 투자를 하려는 본인의 투자 목적에 부합하는 펀드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기업의 ESG 수준도 중요하지만 재무적 성과도 함께 고려해 투자하고 싶다면 ESG 통합전략을 활용하는 펀드가 적합하고, ESG 관련 테마에 부합하는 기업 전반에 투자하고 싶다면 지속가능 테마 전략을 활용하는 펀드가 더 적합할 수 있다. 끝으로 어떻게 ESG 요소를 점검하고 대응하는지 알 수 있어야 투자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하려는 펀드가 투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국민연금을 보면 아직도 카지노주나 석탄화력발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그런 종목에 직접 투자했는지, 위탁운용사가 투자했는지 따져 봐야 할 것 같다. 어떤 경우든 정보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학습도 더 해야 한다. 그렇다고 포트폴리오 내 한 두 종목만으로 전체를 예단할 순 없다. 물론 국민연금이 2009년에 이미 유엔 책임투자원칙(PRI)에 서명하면서 꾸준히 노력하곤 있지만 아직까지 다른 나라 연기금에 비해 더딘 건 사실이다. 단계별로 국내외 주식과 채권에 ESG 개념을 도입하고자 하는데, 우리 상황에 맞게 가야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는 환경 이슈에 가장 민감한데, 캘리포니아 산불 등으로 이를 직접 체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여성 경제활동 확대가 시급하다 보니 후생연금(GPIF)이 젠더 이슈에 민감했다. 그렇게 본다면 국민연금도 우리가 처한 위치에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SG 투자를 해도 대상 종목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ESG 스코어가 높은 기업은 대부분 대기업이다. 그렇게 상장사들만으로 투자대상을 선별하자면 너무나 뻔할 수밖에 없다. 투자할 기업이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국내 주식에 ESG 투자를 한다면 벤처나 스타트업까지 포함하는 프라이빗 마켓까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런 기업들에 투자할 때 수익률이 나올 수 있을지 고민이겠지만, 결국 정부가 탄소세나 탄소배출 할당 등 정책을 활용해 수익률을 조정하고 돈의 흐름을 몰아가야 하는 것이다. 특히 장기투자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투자 확대는 분명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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