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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15)코로나19 위기 속 계속되는 브라질 개혁

김영수 기자I 2020.09.19 07:00:20
[편집자주] 이데일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공동으로 세계 주요 국가들에 주재하고 있는 무역관 주재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해당 국가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소식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기업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세계는 지금’ 연중기획은 올해 말까지 연재됩니다.

[백승원 KOTRA 상파울루 무역관 과장]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가장 많은 이슈가 있는 국가 중 하나가 브라질인 것 같다.

14일(현지 시간) 기준 브라질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434만5610명, 사망자 13만2006명으로 확진자가 세계에서 3번째로 많다. 사회적 격리를 해제하고 경제활동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사회적 격리를 유지해 우선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일부 주지사들과의 대립은 한국 언론에도 자주 보도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몇 년간의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 경기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던 브라질이 다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브라질 국립통계원(IBGE)에 따르면 지난 5월~7월 사이 브라질 실업자 수는 2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자동차산업연맹(Anfavea)은 올해 1~8월 자동차 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8% 줄어든 것으로 발표했다.

연초 1달러 당 4헤알로 시작한 환율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지난 5월 중순에는 5.94헤알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9월에 5.3헤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연초 대비 약 33% 상승한 것이다. 브라질에 투자 진출한 대부분의 제조업 기업들이 중국 등 해외로부터 핵심 원자재를 수입하여 브라질에서 완제품으로 생산하는데 이러한 불안정한 환율은 브라질에 투자 진출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게 된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브라질 정부는 조세 체계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브라질의 복잡한 세금 체계는 전형적인 브라질 코스트(Brazil Cost) 중 하나로 그동안 브라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세금 개혁에 대해 언론과 인터뷰중인 브라질 경제부 장관(Paulo Guedes)(중간)과 하원 의장(Rodrigo Maia)(오른쪽). (사진=현지 방송 캡쳐)
브라질은 연방, 주, 시별로 세금의 관할 주체가 다르다. 이에 따라 세금 산정 방식도 달라져 복잡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브라질 전역에 걸쳐 사업을 하려면 3000개 이상의 세무 규정과 5만5000개의 세무 조항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브라질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불필요한 세금을 납부하면서도 인지하지 못하거나 사후에 알더라도 관료주의적인 행정으로 인해 환급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브라질 정부는 조세체계를 간소화하기 위한 세금 개혁을 총 4단계로 나누어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중 첫 단계는 사회기여세·사회보장세(PIS·Cofins) 개혁이다. 사회기여세·사회보장세는 총매출을 포함한 각종 수익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산업별로 상이하게 3.65~9.25%가 부과된다. 복잡한 세금 계산법으로 적지 않은 행정력이 소모되며 계산 오류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7월 말 브라질 경제부 장관이 국회에 제출한 세금개혁안에 따르면 이처럼 상이한 사회기여세·사회보장세를 폐지하고 상품 서비스세(CBS)로 통합해 일괄적인 과세율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브라질 정부는 제품의 종류에 따라 0~300%까지 세율에 큰 차이가 있는 공산품세(IPI)와 개인 및 법인소득세 등을 대상으로 단계적 개혁을 추진할 예정이다.

브라질 정부는 세금 개혁에 앞서 2017년 11월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제정돼 있던 노동법을 개정한 바 있다. 노동 소송 요건이 강화됐고 근로자가 구체적인 근거 없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됐다. 작년 11월 발효된 연금 개혁안 또한 그동안 GDP의 4%에 해당하는 예산을 연금으로 지출하던 브라질 정부의 살림살이를 정상화하기 위한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Brasil Cria dificuldades para vender facilidades’라는 말이 있다. 브라질은 ‘편리함’을 판매하기 위해 일부러 ‘복잡함’을 만들어 놓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브라질의 복잡함은 그동안 곳곳에서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 이런 브라질 코스트(Brazil Cost)는 언젠간 브라질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위기 속에서도 개혁을 진행 중인 브라질, 코로나19로 적지 않은 경제적 타격을 입은 브라질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고 다시 성장 궤도로 진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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