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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 와중에 ‘마스크 대란’까지 초래할 것인가

논설 위원I 2020.03.03 05:00:00
결국 ‘마스크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약국, 농협, 우체국 등에서 ‘공적 마스크’를 풀기 시작했으나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사재기 심리까지 겹쳐 곳곳에서 난리가 났다. 어제도 매장마다 문을 열기 한두 시간 전부터 장사진을 이뤘으나 물량이 금방 동나는 바람에 많은 사람이 허탕을 쳤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마스크 수급 지시만 해도 벌써 여러 번이다. 그제도 이의경 식약처장에게 특별 지시를 내렸다. “공무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문제를 해결하라”는 질책을 겸한 지시였다. 그러나 품귀 현상이 악화하면서 “마스크 사느라 주말을 다 썼다”, “아기 업고 2시간이나 줄을 섰다”는 등의 원성이 쏟아졌다. ‘마스크 유목민’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하루 350만개의 공적 물량을 확보한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국내 하루 생산량 1000만개 중 수출용, 민간유통용, 의료진용, 대구·경북 특별공급용을 제외한 분량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재기가 극심한 상황에선 물량을 몽땅 풀어도 해결이 쉽지 않다. 더욱이 생산업체마다 사전계약 등 저마다의 사정에 묶여 있어 350만개 확보도 어렵다고 한다. 급기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마스크 하나를 며칠씩 쓰자고 제안하고 나선 상황이다.

국민을 여기저기 줄 서도록 훈련시키는 현행 공급 방식은 문제가 있다.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은 엄두를 내기 어려운데다 한 사람이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는 ‘마스크 헌팅’을 막을 길도 없다. 편의점에도 물량을 풀겠다지만 그래 봤자 혼란만 키울 뿐이다. 문제는 탁상행정이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 봤다면 차마 이런 방식은 피했을 게다.

무엇보다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확실한 배급망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 전국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관할주민들의 신청을 받아 공급하는 것도 일책이다. 어차피 물량 제한은 있겠지만 시간 제약을 덜 받고 길거리에서 오래 기다리느라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아울러 인력난 해소를 위해 주52시간제 완화 및 군병력 투입 등으로 공급을 최대한 늘리고 매점매석과 유통 사기에 대한 단속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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