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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온 편지] 101. 차기 EU 수장은?

한정선 기자I 2018.11.15 06:00:00
스트라부르그 유럽의회 전경(출처=유럽의회)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차기 유럽연합(EU) 행정부 수장은 누가 될까요.

현재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의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새로운 위원장이 누가 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차기 EU 집행위원장은 내년 5월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는 당의 집행위원장 후보가 차지하게 됩니다. EU 집행위원장이 되려면 당내 집행위원장 후보 경선에서도 이겨야 하고, 속한 당이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다수당을 차지해야 하죠.

임기 5년의 집행위원장은 무엇보다 EU 법률을 제안할 수 있는 권한과 예산 집행권 등을 갖고 있어 막강한 힘을 지닌 자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U 회원국 전체를 관할하면서 웬만한 국가 대통령이나 총리보다 권한이 세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또한 집행위원장은 집행위 멤버에 대한 업무 분담 및 관장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집행위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각각 2명의 위원을 선출하고 나머지 EU 회원국은 1명의 위원을 선출해 구성됩니다.

집행위원장은 이런 권한과 함께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포퓰리즘 득세, 유럽 간 분열을 조장하는 이민자 문제, 미국과의 무역 갈등, 중국의 부상 등 골치아프고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유럽의 통합과 조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현명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무거운 짐도 지고 있죠.

물론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출신 국가보다 EU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해야 하지만 아무래도 EU 회원국 입장에서는 자국 상황에 정통한 인물이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자국의 입장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귀를 기울여줄 것 같은 든든한 마음이 들 것입니다.

이 때문에 EU 집행위원장에 자국 출신의 인사를 앉히기 위해 여러 EU 회원국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유럽의회의 주요 정당들도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더 많은 자리를 차지고 소속 당 출신의 인사를 EU 집행위원장으로 배출시키기 위해 벌써부터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의회는 28개 EU 회원국에서 투표를 통해 선출된 751명의 유럽의회의원(MEP)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EU 회원국들은 자국 의회 의원 선출 이외에도 유럽의회 의원을 뽑는데 유럽의회의 회원국 당 좌석 수는 회원국 국민 수에 비례합니다. 영국은 MEP가 73명, 독일은 96명, 프랑스는 74명, 폴란드 51명, 핀란드 13명 등입니다.

이렇게 각 회원국에서 유럽의회 의원으로 뽑혀서 유럽의회에 들어오면 이들은 출신 국가가 아니라 정치성향에 따라 같은 당으로 묶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MEP로 뽑힌 중도우파 당 출신의 A 의원과 독일에서 MEP로 뽑혀온 자국 내 중도우파 당 출신의 B 의원은 유럽의회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국민당(EPP) 그룹에 속하게 되는 것이지요.

현재 유럽의회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국민당그룹이 217명의 MEP가 속한 당으로 최대 당이며 그다음으로 189명의 MEP가 있는 좌파성향의 사회당그룹(PES)이 두 번째로 큰 당입니다.

EPP에서는 독일 출신인 현 만프레드 베버 EPP 대표, 알렉산더 스툽 전 핀란드 총리, 피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장관 등이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거론됩니다. 앙겔라 머르켈 독일 총리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은 베버 대표가 현재까지는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내년 10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임기가 만료되면 ECB 총재 자리도 공석이 되는데 독일 정부는 ECB 총재 자리보다 EU집행위원장에 자국 출신 인사를 앉히는 것을 중요시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머르켈 총리가 내년 ECB총재 자리에 현 옌스 바이즈만 독일 연방은행총재이자 ECB 정책위원이 선출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경제지 한델스블랏 등 독일 언론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통상 EU 최고위직으로 꼽히는 집행위원장, 상임의장, ECB 총재 자리는 각각 다른 회원국 출신들이 나눠 갖고 한 회원국이 2개 이상을 독점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EU 집행위원장은 룩셈부르크 출신, 상임의장은 폴란드, ECB 총재는 이탈리아 출신입니다. 이 때문에 독일이 EU 집행위원장 자리에 자국 출신을 앉히길 원하면 자연스레 ECB 총재 자리에는 힘을 빼게 되는 것이지요.

앞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협상에서 유럽연합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 출신 EPP 소속 미셸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차기 집행위원회 위원장으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냈던 크리스틴 랴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EU 집행위원장 등 유럽연합 최고위직에 관심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좌파성향의 사회당그룹에서는 네덜란드 출신 프란스 팀머만스 현 EU 집행위 부위원장, 헬 쏘닝 슈미트 전 덴마크 총리, 크리스티앙 컨 전 오스트리아 재무장관 등이 집행위원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현 융커 집행위원장은 내년 5월 23~26일 유럽의회 선거 이후 임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집행위원회는 11월 공식 출범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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