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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방사능 공포]②후쿠시마 괴담에 '국산명태' 웁니다

김미경 기자I 2013.08.30 08:04:11

소비자 “원산지 어떻게 믿어요?”..기준 모호해
공산품은 영향적어..그나마 예년 평균 매출 유지
엔저,기저효과 등 방일 내국인수↑..예의주시 중

[이데일리 김미경 장영은 김영환 기자] “걱정마세요. 말 그대로 괴담이죠. 일본 생산공장을 아예 해외로 이전해서 안전합니다. 아 예, 그런데 정확히 어느 지역으로 이전했는지는…. 담당자가 출장 중인데 확인되면 알려드려도 될까요?”(A백화점 일본 수입화장품 판매사원)

“기준이요? 마트 자체에서 제한하는 경우는 없죠. 일본에서 철저한 검역 후 수출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습니다”(B대형마트 관계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방사능 안전성을 묻는 질문에 하나같이 “안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기준은 모호해 보였다.

일본산 화장품을 즐겨 사용한다는 장모씨(33·여)는 “일본 원료가 있다고 무조건 유해한 건 아니겠지만 찝찝함은 어쩔 수 없다”며 “일본 생산공장이 방사능 유출 지역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등 정확한 근거 자료를 들어 설명해 주지 않으니 답답하다.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니 오히려 불신만 느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내산 마저도 기피..수산물 매출 급감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2년 반이 지났지만 일본제품에 대한 방사능 공포는 여전했다. 일본이 보내는 정보에만 의지한 채 “안전하다”는 얘기만 되풀이하는 정부의 구태의연한 대처에 정작 소비자들은 먹고 써도 되는지 헷갈린다며 불안해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일본산은 물론 국내산 식품마저 기피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마트 3사는 모두 원전사고가 난 2011년 3월 이후 일본산 수산물 유통을 전면 중단했지만 소비자들이 국내 수산물 구입도 꺼려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달 들어 25일까지 수산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3% 줄었다. 명태가 60% 줄어 전체 수산물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컸다. 게(-46.4%), 고등어(-29.3%), 갈치(-11.7%) 등의 판매도 큰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먼 곳에서 수입하는 연어의 매출은 60.8% 늘었다. 이마트도 이달 들어 수산물 매출이 40% 이상 급감하자 주 1회가량 무작위로 하던 방사능 측정검사를 모든 품목을 매일 검사하는 것으로 바꿨다. 또 대형점포 10개를 시작으로 점포내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도입, 방사능 측정을 강화키로 했다.

◇추석특수 앞두고 재래시장 발길 ‘뚝’..상인들 울상

수산시장이나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은 작년 이맘때에 비해 뚝 끊겼다. 노량진 수산시장 생태 판매량은 4분의 1로 줄었고 가격도 40%나 급락했다.

서울 시내 있는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수유중앙시장에서 7년간 생선 소매업에 종사한 40대 중반의 박모씨는 “일본산 생태를 찾는 사람이 전혀 없다”며 “방사능 유출수가 바다로 흘러들었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에는 팔리지 않는 생태를 다 버렸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이전에 비해 떼어 오는 가격이 5분의 1 수준인데도 가져와봤자 안 팔리니 어쩔 수 없다”며 “소비자들이 원산지가 한국으로 표기된 생선도 불신하고 생선 자체를 먹지 않아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하소연했다.

광명시장 내 한 생선가게 사장 백모씨(57)도 “차선책으로 생선 이외에 생닭을 취급하고 있지만 매출이 10분의 1이나 떨어졌다”면서 “차라리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 금지해 다른 곳의 수산물이라도 팔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화장품·기저귀 등 공산품은 “영향 덜 받아”

화장품·기저귀 등 공산품 위주의 제품들은 비교적 영향을 덜 받아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일본 대표 유아용품인 군기저귀의 경우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8월 기준 매출 신장률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2.5%, 13.6% 역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SK-ll, 슈에무라 등도 같은 기간 1~3% 역신장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방사능 괴담이 지속될 경우 심리적 요인 때문에 매출이 크게 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백화점 화장품 관계자는 “일본 수입화장품 브랜드 역시 소폭 매출이 줄었지만 방사능 때문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혹시 피해사례가 발생할지 몰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방사능 오염수 해양 유출에 대한 우려 속에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한 상인이 잠이 든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어디가 좋아요?”→“안전하나?” 질문 바뀌어

여행업계도 방사능 이슈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여행객은 24만5000명으로 2012년 한해 여행자 26만명에 육박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7월말~8월초 괴담이 퍼지면서 하루 평균 2~5건의 취소 문의는 있었으나 엔저 및 휴가 시즌이다 보니 다시 정상화된 것 같다. 하지만 오염수 등 현장 조사가 강화되고 분석 자료가 나올 경우를 대비해 일본지사를 통해 신속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인 상담자들의 첫 물음이 ‘어디가 좋냐’에서 “안전하냐”로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한편 정연범 일본정부관광국(JNTO) 서울사무소장은 “SNS를 통한 개인의 의견에는 신빙성이 우려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호주·캐나다 비자발급 중단, 일본 현지에 방사능 포함된 채소와 식품이 난무한다는 등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수유중앙시장(사진=김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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