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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곳 지원?…주민들도 모르는 '2·4대책' 사업지

강신우 기자I 2021.03.22 06:00:00

본지, 서울시 25개 자치구 전수조사
15곳 입지 제안…“주민동의 없어”
양천구 등 민원 우려에 제안 안해
국토부 “추후 주민 동의 받을 것”

[이데일리 강신우·신수정 기자] 정부가 2·4부동산대책의 핵심인 ‘3080+ 사업’과 관련해 서울 등에서 총 172곳의 입지를 제안받았다고 했지만 대부분 주민 동의없이 각 지자체에서 취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오는 7월 1차 후보지로 선정되는 곳은 당초 국토부의 발표보다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대책 발표 이후 30여 일 만에 총 172곳에 이르는 입지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무조건 내놔라?…민원 우려에 제안 안해”

21일 이데일리가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전수조사한 결과 입지를 제안한 자치구는 대부분 주민동의를 사전에 받지 않고 개발이 필요한 지역을 골라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입지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동부권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주민 동의없이 제안한 것이기 때문에 외부에 사업지가 알려지면 민원 등 반발이 있을 수 있어 비밀리에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며 “여러 곳 제안은 했지만 밝힐 수는 없다”고 했다.

입지 제안을 단 한 곳도 하지 않은 자치구도 있다. 대상 입지에 대한 기준 제시도 없어 무턱대고 입지 제안을 하는 것은 자칫 주민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역세권 개발은 주민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지자체에서 검토해 국토부 등에 제안할 수 없다”며 “노후도 등 대상 입지에 대한 세부지침이나 기준도 없이 무리하게 입지 제안을 하는 것은 주민들 민원 소지가 있기 때문에 양천구에서는 이번에 입지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양천구 외에도 성북구, 성동구 등은 아예 입지 제안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는 강남구만 5곳(대치동 구마을·역삼동 국기원 일대·삼성동 까치공원 일대·삼성동 봉은사 일대·일원동 대청마을)의 입지를 제안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일원동 대청마을을 포함해 강남에 4곳의 주거전용지역이 있는데 저층 주거지이고 개발이 어렵다보니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과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으로 제안한 것”이라며 “일단 한 번 사업성이 있는지 검토만 해달라는 차원이며 대청마을 외에는 주민 동의는 받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LH에서 개발가능한 입지를 먼저 제시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LH에서 구 내에 개발가능한 지역에 대해서 논의하자는 연락이 왔다”며 “현재 LH와 협의한 지역을 3080+사업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주민 동의는 나중에…일단 ‘입지제안’ 먼저

3080+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자치구도 있다. 중구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해제지역 △신당동·신당역 일대 △중림동 일대 등 5~6곳을 제안하기로 했다. 또한 3080+사업 통합지원센터를 자체적으로 개설해 사업 모델을 주민들에게 적극 설명하기로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이들 재개발 지역을 제안할 생각이고 통합지원센터를 만들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동작구는 △노량진역 일대 △수도자재관리센터 일대 등을 제안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노량진역과 기존 행복주택사업지로 발표한 수도자재관리센터 등이 있는데 사업의 원활하고 빠른 추진을 위해 사업방식을 공공직접시행 방식으로 해 달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은평구가 24곳, 영등포구 10여 곳을 제안했고 종로구, 용산구, 광진구, 구로구 등이 입지 제안을 한 자치구들이다. 나머지는 제안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국토부는 각 지자체에 언론 대응 ‘함구령’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3080+ 사업과 관련해 입지를 제안한 내용에 대해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자료=국토교통부)
공공주도 3080+사업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소규모재개발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 △주거재생혁신지구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오는 5월 통합공모를 시작해 7월 1차 후보지를 선정하고 각 사업별로 연말께 지구지정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후보지 선정은 토지주 또는 조합원의 10% 이상 동의를 받으면 이뤄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안이 들어온 172곳은 서울과 인천, 경기도 지역이 대부분이다”며 “각 지자체들이 평소에 숙원사업이거나 지역발전 관점에서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곳을 ‘3080+’ 방식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업 적합성은 향후 주민 동의 여부를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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