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가족]`욜로`·`흥청망청` TV에서나…1인가구 알뜰살뜰 산다

이지현 기자I 2019.05.02 06:11:00

가성비 甲 1인가구 가격비교 후 합리적 구매
렌탈·소형화·개인화·편의성 강화 상품 관심
카드선택 시 교통 마트 연계 카드 선호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언뜻 이상해 보이지만 전혀 이상하지 않은 다양한 가족 이야기를 이데일리가 연속 기획으로 게재합니다. 혈연가족이 아니면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뀌기를 기대합니다. ‘이상한 가족’ 기획시리즈에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흔히 혼자 산다고 하면 흥청망청 살 것이라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1인가구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1인가구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나하나 따져가며 알뜰살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과 함께 살 땐 무임승차했던 것들이 혼자 살면서는 알아야 하는 것들로 바뀌며 경제적 소비관념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1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018년 한국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는 합리적 판단에 기반한 가성비 위주의 소비패턴을 보였다. 이번 조사는 서울과 경기, 세종시, 6대 광역시에 사는 만 25~59세 1인가구 2000여명을 대상으로했다. 연소득 1200만원 이상 소득자가 대상이어서 이번 조사에 20대 미취업 대학생은 제외됐다.

◇가성비 甲 1인 가구 알아보고 산다

소비패턴 조사에서 10명 중 6명(58.5%)이 구매 전에 여러 곳을 충분히 비교하고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3.8%는 쇼핑 전에 목록을 작성했다. 30.4%는 대형할인점 자체브랜드(PB)상품을 자주 샀다. 무리가 되어도 명품 브랜드가 하나 정도 있어야 한다(24.2%)거나 비싸도 분위기 좋은 카페·레스토랑을 찾는다(18.9%)는 응답자는 많지 않았다.

`나혼자산다` 3년 차인 김혜준(39·여)씨는 “친구들과 갈 땐 분위기 좋은 곳을 찾아가지만 혼자 책을 보거나 할 때 굳이 찾아가지 않는다”며 “집에서도 충분히 분위기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생필품을 사는 곳은 주로 대형마트였다. 연령별로 보면 40대(67.9%), 30대(62.9%), 20대(53%) 남성은 대형마트를 가장 많이 찾았다. 50대 남성은 집 주변 슈퍼마켓(77.2%)을 더 자주 갔다. 50대 여성은 대형마트(64.3%) 다음으로 재래시장(43.9%)을 선호했다. 20~40대 여성은 대형마트 다음으로 모바일쇼핑을 즐겼다.

대부분 연령대에서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장소로 대형마트를 꼽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0~40대 여성은 소포장 신선제품을 빠르게 배송해 주는 모바일 쇼핑도 함께 이용하는 것이다. ‘나혼자산다’ 1년 차 오준희(35)씨는 “요즘은 1만원 미만도 무료로 배송해줘 마트보다 온라인 배송을 주로 활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1인가구 3명 중 1명(34.3%)은 물건은 구매가 아닌 렌털을 택했다. 고장 걱정이 없는데다 청소까지 업체에서 나와 직접해주다 보니 가격 대비 편리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어떤 제품을 가장 많이 선호할까. 정수기(17.8%)를 렌털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이 외에도 △냉장고·세탁기(16.1%) △침대·쇼파(12.9%) △비데(8.8%) △안마의자(4.5%) 등도 있었다.

◇1인가구 2명 중 1명 매달 50만~150만원 저축

이들의 연간평균소득은 1900만원이었다. 연령대별로는 30대 소득이 제일 높았다. 반면 50~60대 1인가구 소득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어 50대까지 연령대 상승과 함께 평균소득도 높아지는 전체 가구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1인가구는 금융상품 중 예·적금 보유율이 86.7%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입출금 CMA MMF(75.1%) △저축성보험(32%) △주식ETF 옵션(24.6%) △펀드(21.5%) △신탁(3.3%) △기타(6.3%) 등이 이었다. 이들은 매월 얼마나 투자·저축하고 있을까. 3명 중 1명(34.6%) 이상이 50만~100만원을 했다. 이 외에도 △100만~150만원(21.8%) △30만원 미만(16%) △30만~50만원(13.4%) △150만~200만원(7.4%) △200만~300만원(4.7%) △300만원 이상(2.2%) 등도 있었다.

연령별로 보면 월평균 100만원 이상 투자·저축하는 1인가구 비율은 50대(28.1%)보다 20대(37.6%)가 더 높았다. 40대는 30만원 미만 저축자가 18.7%로 가장 많게 나타나는 등 타 연령대에 비해 고액·소액 투자 집단으로 양극화됐다.

1인가구는 절반 정도가 대출을 보유 중이었다. 하지만 다인가구 대비 주택보유율이 낮아 담보대출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신용대출 보유도가 높았다. 특히 젊을수록 신용대출을 많이 활용했다.

이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결제수단은 신용카드였다. 20대는 신용카드(42.8%)보다 체크카드(51.4%)를 더 많이 썼다. 이들은 생활비와 여가비를 사용할 때 주로 카드를 사용했다. 10명 중 4명(43.1%)은 카드별로 혜택를 미리 알아두고 활용했다. 특히 여성(40.5%)보다 남성(44.9%)이 카드 혜택에 관심이 많았다. 남성의 경우 주유와 편의점 할인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여성은 쇼핑 영역 전반과 대중교통, 커피 할인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정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1인가구연구센터장은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1인가구가 화려한 싱글로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현재를 즐기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족의 생활과는 거리가 있었다”며 “다인가족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바로 느끼는 건 아니었지만 1인가구도 가성비를 중시하고 합리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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